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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에 걸쳐 태평양을 표류했다고 주장한 호세 살바도르 알바렝가(가운데)가 3일 마셜제도 수도 마주로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고 있다. 마주로|AP연합뉴스 |
인류학을 전공하던 노르웨이 출신 올라 피옐드스타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구를 위해 찾은 마셜제도의 에본 산호섬에서 한 남성과 대화를 하게 됐다. 전날 현지인에게 발견된 이 남성은 긴 머리, 덥수룩한 수염에 거의 누더기가 된 하의만을 걸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호세 이반이라고 스페인어로 소개한 이 남성은, 자신이 함께 발견된 7m길이의 보트를 타고 물고기와 새, 거북 등을 잡아 먹으며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렀다고 설명했다.
신원 확인 결과 남성의 이름은 호세 살바도르 알바렝가(37)로 밝혀졌다. 알바렝가는 에본 산호섬에서 보트를 타고 22시간에 걸쳐 이동한 끝에 마셜 제도의 수도인 마주로에 도착했다. 건강이 좋아보이지 않았다던 발견 당시 증언과 달리 알바렝가는 도움없이 혼자 걸을 수 있는 등 호전된 상태였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알바렝가는 자신이 15년간 멕시코에서 어부로 살았다고 말했다. 상어와 새우를 주로 잡았다는 알바렝가는 지난 2012년 12월, 에세키엘이라는 이름의 15세 어부와 함께 어업에 나섰다 표류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바다 위에서 보트가 멈추는 바람에 하루만에 멕시코 연안에서 끝날 예정이었던 둘의 항해가 태평양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멕시코 할리스코주 토닐라 인근에서 출발했다고 한 알바렝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알바렝가는 직선거리만 따져도 9000㎞ 넘는 거리를 표류한 셈이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먹으며 연명하는 데 적응하지 못한 동료 에세키엘은 4개월쯤 뒤에 숨을 거뒀다고 알바렝가가 전했다. 동료의 죽음에 대해 알바렝가는 “나흘 동안 자살하고 싶었지만, 죽을 때의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 결국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낮밤이 바뀌는 것 외에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두려울 때마다 신에게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 알바렝가는 육지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신이시여”라고 외쳤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알바렝가의 생존 소식이 알려지자 가족들도 기쁨을 표했다. 엘살바도르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 훌리아 알바렝가는 CNN에 “아들이 살아있어 기쁘고, 그가 빨리 우리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멕시코와 엘살바도르가 정부 차원에서 알바렝가를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