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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광고 차량 ‘스팸 모바일’ |위키피디아 |
“한국은 스팸과 사랑에 빠졌다”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는 24일자로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통조림햄 ‘스팸’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에서는 스팸이 “저소득층이 먹는 정크푸드(junk food)”인데, 한국에서는 명절선물로까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설 연휴를 앞두고 “1000달러(약 108만원)정도 되는 고급 쇠고기 선물세트 옆에 31달러(약 3만3000원)짜리 스팸 선물 세트가 놓여있다”며 백화점 내에 스팸 선물세트가 진열된 풍경을 전했다. “스팸 선물세트는 명절 때 전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백화점 직원의 말도 덧붙였다. 한국 내 스팸 판매량이 지난 10년간 4배로 늘어, 지난해에 한국에서 팔린 스팸이 약 2만t, 액수로 2억3500만달러(약 2536억원)에 이른다는 내용도 전했다. 현재 미국 외에 스팸을 생산하고 있는 나라는 덴마크와 한국뿐이다.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 스팸이 한국에 유입된 과정이었다. 한국전쟁 후 “미군기지 매점(PX)은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경로”였다는 한국전 참전 용사의 말을 덧붙여, 스팸을 비롯해 ‘PX 식품’이라 불린 것들이 암시장에서 거래됐던 역사도 전했다. 이 식품들과 김치 등을 이용해 부대찌개가 만들어졌다는 내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1966년 한국을 방문한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 ‘존슨탕(Johnson`s stew)’으로 불리기도 했다”며 부대찌개를 소개했다.
스팸의 인기비결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스팸이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전설적인 아우라를 유지하고 있다”며 “스팸이 미군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영양과 풍요를 상징했다”고 한 구세웅 예일대 맥밀런센터 한국학 교수의 말을 전했다. 스팸이 한국에서는 ‘높은 지위’를 상징했다는 조지 루이스 미 퍼시픽대 교수의 2000년 <대중문화저널> 기고문도 인용했다. 한국전쟁 이후 스팸이 갖고 있던 상징성 때문에, 스팸이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미군의 흔적’이 됐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