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지난 5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정(31), 이재원(30)과 나란히 계약을 마쳤다. 팀의 중심타자와 주전 포수를 모두 눌러앉히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계약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인 둘은 SK의 홈팬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연고지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게 됐다.
최정은 현재 KT 연고인 수원 유신고를 졸업했지만 2005시즌을 앞두고 당시 경기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던 SK에 1차 지명 선수로 뽑혔다. 최정은 SK가 왕조를 구축하는 동안 함께 성장했다.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했던 왕조 시기에 주전 3루수로 자리잡으며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활약이 대단했던 탓에 해외로 진출하거나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지만 최정은 FA 자격을 얻을 때마다 SK에 남았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시즌마다 부상으로 예년보다 부진했던 점도 계약에 영향을 미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계약을 통해 특별한 이변이 없는 동안 SK에서만 20시즌을 보내게 됐다.
이재원의 계약도 상징성이 크다. 이재원은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고를 졸업하고 바로 SK 유니폼을 입은 인천 토박이다. 최정 입단 다음 해인 2006시즌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았다. 인천 동산고 출신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국내 최고의 투수로 떠오르자 ‘류현진을 거르고 선택받은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타격 재능을 일찌감치 선보였음에도 박경완 등에 밀려 포수 마스크를 오래도록 쓰지 못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공·수에서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고, 이제는 양의지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올라섰다. 올해는 주장의 중책을 맡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발 뒤꿈치 부상을 안고 SK 안방을 지킨 끝에 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4년 69억원의 FA 계약으로 고향팀에서 선수생활을 더 이어가게 됐다.
2000년 창단한 SK에서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현대에서 데뷔해 KIA를 거쳐 SK에서 은퇴한 박재홍, 현대에서 FA로 이적한 뒤 SK의 안방마님으로 오랜 시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한 박경완도 있었다. SK에 입단해 2007년 첫 우승 이후 왕조를 일군 선수 중 박재상, 조동화 등은 구단에서 은퇴식을 치러주기도 했다.
그들과 동시대에 뛴 김강민과 박정권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다만 지역 연고 출신은 드물었다. 연고지 출신이 다른 선수들을 팬들이 차별하지는 않지만 ‘홈타운 보이’에게 드는 팬들의 애정은 남다를수 밖에 없다. 또다른 ‘미스터 인천’이 될 수 있는 이재원, 경기 출신이지만 그라운드에서 SK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던 최정은 SK에 더 오랜시간 함께 하기로 하면서 홈팬들에게 더욱 각별한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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