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팀의 외국인 선수 구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투수들의 재계약은 대거 불발됐지만, 외국인 타자들 중엔 절반에 가까운 4명이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뛴다.
제라드 호잉(29·한화)을 뺀 나머지 3명은 장타를 뽐낸 우타 거포들이다. 한국 생활 2년차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제이미 로맥(33·SK)과 삼성 최초 ‘3년차 외국인 선수’가 된 다린 러프(32), 지난 8월에 뒤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장타력을 뽐낸 제리 샌즈(31·넥센)가 내년에도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대체선수로 SK에 합류해 102경기·359타수만에 31홈런을 때려낸 로맥은 올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박병호(넥센)와 함께 선두와 1개 차 홈런 공동 2위(43개)에 오른 동시에, 지난해 2할4푼2리에 그쳤던 타율을 3할대(0.316)까지 끌어올리며 콘택트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떨쳐냈다. 포스트시즌 타율은 1할대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홈런을 몰아치는 등 가을에도 성적 이상의 존재감을 뽐냈다.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낮은 수준(9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지난 8월 한국에 데뷔한 샌즈는 가을에 진가를 발휘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홀로 4타점을 올리더니 플레이오프에서 2홈런·6타점,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하면서 가을에 부진했던 박병호 대신 중심타자 역할을 해냈다. 지난해 타점왕 러프는 올해 개인타이틀은 놓쳤지만 지난해(124타점)보다 많은 타점(125타점)과 더 높아진 타율(0.315→0.330), 2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하면서 부진했던 삼성 타선의 유일한 희망이 됐다.
로맥과 러프, 샌즈는 이제 내년에 뛸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참급이 됐다. 국내에서 처음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 총액이 100만달러로 제한되면서, 각 구단은 더스틴 니퍼트(37), 에릭 해커(35) 등 장수 외국인들을 떠나보내고 젊은 선수, 잠재력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새로 데려왔다.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는 경기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한국 무대에 대한 적응을 끝마치고 실력을 검증했다는 점은 이들 우타 거포가 갖고 있는 분명한 장점이다. 미국·일본 등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동기부여도 젊은 선수들보다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 불안정한 생활을 했던 30대 우타 거포들은 미국에서 누리지 못한 안정적인 삶을 한국에서 영위하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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