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굉장히 단순해요.”

프로야구 KT의 1차 지명 신인으로 올해 팀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김민(19)은 입버릇처럼 ‘단순함’을 강조했다. 지난 7월말 1군 데뷔전에서 거둔 승리를 포함해 데뷔 첫 시즌 4승(2패)을 거둔 김민은 승리투수가 됐을 때마다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다’는 말만 반복했다.

내년 시즌을 위해 개인 훈련 중인 김민을 지난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자기암시’처럼 ‘단순함’을 강조했다. 프로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호투의 비결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만의 노력 같았다.

김민. KT 제공

김민. KT 제공

김민도 여느 신인들처럼 “2군(퓨처스) 마운드에 처음 올랐을 때 ‘그래도 내가 1차 지명 선수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구는 더 세게, 변화구는 더 많이 휘게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의 높은 벽에 자기 공이 통하지 않으면서 고민이 늘었다. 1군 무대에서도 회심의 변화구가 포수 앞에서 바운드되는 상황이 이따금씩 벌어졌다.

정확한 시점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김민은 생각을 고쳐먹기로 마음먹었다. 김민은 “포수가 바깥쪽을 요구했을 때 내 공이 몸쪽을 향하더라도, 그 공이 ‘스트라이크만 되면 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투수들이 빗맞은 안타를 싫어한다’는 통념과도 반대로 생각했다. 김민은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볼을 던지면 배트에 빗맞지도 못한다. 빗맞은 타구가 나오면 ‘어쨌든 스트라이크를 던졌구나’라고 생각하게 돼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더 날카로운 변화구를 던져야겠다는 욕심도 접고,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어떻게 패스트볼과 비슷한 폼으로 던질지’에만 집중했다. 평균구속이 시속 145㎞에 달하는 위력적인 속구를 변화구가 뒷받침했다. 그렇게 1군에 데뷔한 김민은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마쳤다. 시즌 마지막 등판인 지난 10월10일 사직 원정경기에서도 막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한껏 달아올랐던 롯데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74개의 공만으로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단순함’을 강조하는 건 실제 생각이 많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김민은 “평소에 다른 선수들이 투구하는 모습을 영상을 찾아 유심히 본다”며 “문승원(SK), 송은범(한화) 선배처럼 부드러운 폼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풀타임 선발로 거듭나기 위해 또다른 변화구인 스플리터도 연마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올해처럼 단순한 패턴을 좀 더 유지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프로 1차 지명의 감격이 돌아간 것이 단순함 덕분이었다는 것을 김민도 알고 있다. 김민은 “고3 때는 많은 삼진을 잡겠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성적은 더 안좋았다”며 “‘프로 1차 지명’이 뭔지도 잘 몰랐던 고2 때 ‘상대 타자들은 대부분 나보다 형들이니 안타 맞아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결과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민은 유신고에서 최정(SK) 이후 13년 만에 배출한 1차 지명 선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김민은 중학교(평촌중)-고등학교 직속 선배인 최정과 인연이 있었다. 김민은 “(최)정이 형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알고 지내는 사이셨다. 덕분에 정이 형이 중학교 때 야구하는 것도 본적이 있다”며 “정이 형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야탑고에 진학하려다 부모님의 뜻대로 유신고에 입학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SK의 연고 권역에 있는 야탑고에 진학해 1차 지명을 받았다면 최정과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었을 수도 있다.

최정을 비롯한 프로 선배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지만, 김민은 아직 “제가 내년에도 선발로 뛸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했다.

“제가 경기에 등판하면 KT 팬들이 ‘김민이 나왔으니 오늘은 이길 수 있겠다’고 말하는 그런 투수가 되고 싶어요.”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