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을 통해 무서운 타선을 갖췄다. 김현수-이형종-채은성에 이천웅이 함께했던 LG와 전준우-민병헌-손아섭이 포진한 롯데의 외야진, 두 베테랑 박용택(LG)과 이대호(롯데)가 자리한 지명타자 자리는 화려한 이름값과 빼어난 성적을 자랑했다. 그러나 팀이 결국 가을야구에 실패한 데는 수비, 특히 내야 수비가 불안한 탓이 컸다. 수비가 마운드를 도와주지 못했고, 그러면서 마운드도 흔들렸던 상황이 기록으로도 나타나있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의 수비 무관 추정 평균자책점(FIP) 순위를 보면 LG가 5.05로 2위, 롯데가 5.10으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 순위는 LG가 5.32로 6위, 롯데가 5.41로 8위에 그쳤다. FIP 1위·평균자책점 2위인 한화, FIP 8위이자 평균자책점 9위인 KIA처럼 FIP 순위와 평균자책점 순위 간에는 보통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LG와 롯데는 FIP 순위가 상위권인데도 평균자책점 순위는 하위에 그쳤다.
FIP는 홈런에 삼진·사사구 등 수비수들의 플레이가 개입되지 않는 부문들에만 가중치를 주고 환산해 조정한 지표다. 온전히 투수들의 능력으로 내준 점수가 얼마정도인지 추정해보는 지표다. 수비수의 실책으로 내준 점수는 ‘비자책점’으로 기록돼 투수의 평균자책점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잘못된 타구 판단 등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투수들의 자책점을 늘린다. 반대로 사전에 수비 위치를 잘 잡거나 타구 판단을 잘하는 수비수를 등에 업으면 투수는 평균자책점이 낮아지는 효과를 누린다. 따라서 FIP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낮지만 평균자책점이 높은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의 수비 실력이 좋을뿐 아니라 상황에 맞는 수비 포메이션을 선수들이 잘 구사하기로 유명한 두산은 투수들이 수비 덕을 많이 보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LG와 롯데는 수비, 특히나 내야 수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LG는 2루 자리를 놓고 강승호-박지규 등을 돌아가며 기용하다 정주현을 낙점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3루수 자리에서도 아도니스 가르시아와 부상 공백 속에 주전으로 뛴 양석환이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여기에 적잖은 시간 1루수로 출전한 김현수도 외야수로 뛴 적이 많았던 만큼 올해 다소 어설픈 모습들을 선보였다.
롯데는 지난해 앤디 번즈를 2루수로 쓴 효과를 봤지만 올해는 번즈가 실책 2위(22개)에 해당하는 등 공·수 양면에 걸쳐 부진하며 수비가 흔들렸다.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할 수 있던 번즈가 기복을 보이니 유격수·3루수도 안정화되기 힘들었다.
롯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나름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던 내야수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영입했다. LG는 양석환의 군 입대로 공백이 생길 3루 자리를 외부 선수로 채우려고 한다. 그러나 수비는 안정적인 선수 한 명의 개인기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각 선수의 기본기이자 팀 전술로서의 수비를 전지훈련 기간 다듬어야 하기에 롯데와 LG의 코칭스태프들은 겨우내 머리를 싸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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