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부터 양의지(31·NC)는 ‘팀 전력의 반’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만 해도 타격 2위에 해당하는 타율(0.358)과 함께 전구단 주전급 포수 중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37.8%)을 기록했다. 딱 떨어지는 수치로 측정되지 않지만 양의지의 투수 리드가 정상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NC가 이번 오프시즌 FA 최대어인 양의지에게 4년 총액 125억원이라는 많은 금액을 베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 공수 양면에서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던 포수를 영입했던 팀들이 누렸던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나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나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 창단한 SK는 2003시즌을 앞두고 대형 포수 박경완을 FA로 영입했다. 신생팀 혜택을 받고 창단 후 성적도 시원치 않았던 터. SK는 박경완이 합류한 2003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호준이 홈런 4위(36홈런), 이진영이 타율 5위(0.328)에 오르며 깨어난 타선의 영향도 컸지만 SK 젊은 투수 여럿이 주전급으로 거듭났다.

국가대표였지만 프로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정대현이 그해 8홀드에 평균자책점 2.29로 정상급 불펜요원이 됐고 제춘모가 10승, 채병용이 9승을 따내며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SK는 이 때부터 성장한 투수들을 바탕으로 2000년대말 왕조를 이룰 수 있었다. 젊은 투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데 박경완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올해는 삼성이 대형포수 영입 효과를 봤다. 롯데를 대표하던 포수 강민호를 FA로 데려왔다. 2003년 SK 만큼의 극적인 성적 상승이 있던 건 아니지만 삼성은 올 시즌을 보내며 희망을 봤다. 시즌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막판 5강 싸움에 합류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3년 연속 실패하긴 했지만 두 시즌 연속 9위에 그쳤던 팀 순위를 감안하면 6위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삼성도 올해 가능성 있던 젊은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해줬다. 입단 후 2년 동안 기대주에만 머물던 최충연이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8세이브·16홀드를 거뒀다. 시즌 초반의 기세를 막판까지 잇지는 못했지만 고졸 신인 양창섭도 데뷔 첫 해 선발로 7승(6패)을 따내며 활약했다. 대졸 신인 최채흥도 올해 8경기에서 4승(1패)을 거두고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강민호가 거액을 받고도 전성기 만큼의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긴 했지만 시즌 개막 전부터 젊은 투수들에게 다가가 소통하려했던 노력이 젊은 투수들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하다.

NC 마운드도 양의지가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큰 보탬이 되주길 기대하고 있다. 두산이 정상급 선발진 구축에 성공하고 함덕주, 박치국, 곽빈 등 어린 투수들로 짜여진 불펜진으로도 내리 선두를 질주할 수 있던 데는 양의지의 공이 컸다. NC는 그간 외국인 선수들과 이재학이 선발에서, 원종현·임창민이 불펜에서 맹활약하며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 됐지만 더 성장해야 할 젊은 투수들이 많다. 양의지를 통해 투수들이 한 뼘 더 성장하는 것. 내년 새 구장에서 시즌을 치를 NC가 바라는 큰 그림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