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오프시즌 ‘기존 전력 유지’라는 과제를 안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지난 12일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과 총액 130만달러에 재계약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우승의 주역이자 시즌 후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최정과 이재원도 모두 잔류시켰다. 

한국에서 4년간 총 48승을 올린 켈리의 공백은 아쉽지만 에이스 김광현이 내년에는 이닝 제한 없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다른 국내 선발 박종훈, 문승원은 2년 연속 150이닝을 소화했고, 박종훈은 2년 연속 10승에도 성공해 유망주에서 국가대표로 한 단계 올라섰다. 로맥과 투수 앙헬 산체스 등 두 외국인도 남았다.

우승 감독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가족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팀을 떠났지만, 신임 염경엽 감독은 넥센에서 분명한 성과를 낸 명장이다. 인적자원의 변화 폭이 크지 않은 SK로서는 2007~2008년 이후 한국시리즈 2연패를 꿈꿔볼 법하다.

SK 김태훈. 이석우 기자

SK 김태훈. 이석우 기자

관건은 선수들이 올해의 경기력을 내년에도 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도 우승 후 내부 자원들을 대체로 잔류시켰다.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에이스 양현종을 잡았고, 내부 FA 김주찬과도 재계약했다. 헥터 노에시, 팻 딘, 로저 버나디나 등 외국인 3총사도 모두 붙잡았고, 김선빈-안치홍의 키스톤 콤비, 중심타자인 최형우, 나지완에게도 기대가 컸다. 

시즌을 앞두고 각 팀들은 KIA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KIA는 한 시즌을 순탄하게 보내지 못했다. 선두권엔 가까이 가지 못했고 아시안게임 후 겨우 상승세를 타 삼성, 롯데를 따돌리고 5강에 턱걸이했다. 체면은 살렸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끝냈다. 

여러 악재들이 겹쳤다. 무엇보다도 불펜 문제가 일년 내내 KIA를 괴롭혔다. 임창용과 김세현이 마무리에 정착하지 못해 시즌 막판 임기준, 김윤동이 분전할 때까지 경기력이 흔들렸다. 외국인 셋은 우승 후 동기부여에 실패한 듯 이전보다 부진했고 베테랑들은 여전한 타격을 뽐내는 가운데서도 수비력 저하를 노출했다. 

선수들이 함께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패권을 차지했던 2017년의 KIA는 2018년 같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등 예상이 어려웠던 변수도 있었지만 불펜 약점을 완벽히 메우지 못했다. SK가 내년 시즌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SK는 포스트시즌에서 김태훈을 불펜의 키맨으로 쓰고 정규시즌 막판 체력이 달린듯 했던 산체스도 불펜에 투입하며 약점을 메웠다. 이따금 불펜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한국시리즈 MVP 한동민을 비롯해 최정, 로맥, 김강민, 박정권 등의 방망이가 터져 약점을 만회했다.

그러나 현재 SK는 올 시즌과 같은 불펜으로 한 시즌을 나야할 판이다. 김태훈이 성장했지만 내년에도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마무리도 필요하다. 수비에서의 불안감을 공격력으로 만회했던 내야진 김성현, 강승호 등도 내년에도 올해 포스트시즌처럼 활약할지 지켜봐야 한다. 가을에 강한 김강민과 박정권 등 베테랑이 내년에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