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가 울었다. 그의 오랜 파트너 양의지도 눈물을 보였다. 팬들은 이들을 보며 뭉클함을 느꼈다. 니퍼트는 두산과 KT를 거쳐 한국 무대에서 8시즌을 뛰는 동안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팬들은 그를 ‘니느님’이라 불렀고 선수들은 선배이자 형으로 여겼다. 2015~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 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호투했던 모습, 삼성에 유독 강했던 모습도 오래도록 회자됐다.
외국인 선수들이 지닌 많은 스토리는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러나 ‘첫 해 계약 총액 100만달러’라는 가이드라인과 장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세금 부담 등 계약 조건을 둘러싼 여건이 바뀌면서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대부분은 새 얼굴로 바뀌었다. 니퍼트와 헨리 소사, 라이언 피어밴드, 헥터 노에시 등 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긴 장수 외국인 선수들도 거의 한국을 떠났다.
롯데가 13일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계약하고 제이크 톰슨 영입을 발표하면서 내년 시즌 한국에서 뛰는 게 확정된 외국인 선수는 23명이 됐다.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총 30명 중 약 77%의 자리가 채워졌다.
그러나 롯데에서 5시즌째를 보내게 된 레일리를 빼면 아직 팬들에게 각인된 선수는 많지 않다. ‘린동원’에서 ‘린철순’으로 거듭난 조쉬 린드블럼, SK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제이미 로맥 등 재계약 대상자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새로 계약을 맺은 선수들 면면은 생소하다.
선수들의 이미지가 대체로 겹치는 탓도 있다. 계약이 확정된 투수 18명 중 레일리와 채드 벨(한화), 에릭 요키시(넥센) 3명만 왼손 투수다. 앙헬 산체스(SK)와 KT의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를 뺀 15명은 백인 투수다.
올해는 소사, 헥터, 산체스 외에 에스밀 로저스, 리살베르토 보니야 등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투수만 5명이었지만 내년에는 재계약 대상자들까지 고려하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투수는 산체스와 알칸타라 둘뿐이다.
타자도 대부분 외야수와 1루수로 수렴하고 있다. 야마이코 나바로(전 삼성) 등 외국인 내야수들이 더러 있었지만 내년에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잭 한나한부터 루이스 히메네스, 아도니스 가르시아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에게 3루수를 맡겼던 LG는 새 외국인 타자로 1루수 토미 조셉을 영입했다. 롯데는 앤디 번즈를 대체할 외국인 내야수 영입을 추진 중이지만 공수를 겸비한 수준급 내야수는 많지 않은 터라 다른 포지션 야수를 영입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꽤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무대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은 드물다.
몸값 가이드라인이 생겨 각 구단들이 검증된 실력보다 가능성을 바라보고 영입한 사례가 더 많다. 이 중 어떤 선수가 팬들에 눈에 띄어 잊지 못할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지는 시즌 개막 뒤에야 판가름 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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