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왼쪽)와 박병호. 이석우 기자

김현수(왼쪽)와 박병호. 이석우 기자

10구단 체제로 팀당 144경기를 치르게 된 지 올해로 네번째 시즌이 지났다. 경기수가 전보다 늘어나면서 홈런·타점·최다안타 등 다양한 타격 누적기록들이 새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타고투저가 계속된 올 시즌도 몇몇 기록은 올해 새로 경신될 듯 했지만 눈에 띄는 시즌 신기록은 제라드 호잉(한화)이 세운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47개)뿐이었다.

올해 타율 1위를 차지한 김현수(LG)는 무섭게 안타를 몰아치며 200안타 고지에 도전했다. 팀이 117경기를 치르는 동안 빠짐없이 경기에 나서 164안타를 몰아쳤고, 수치상으로는 서건창(넥센)이 2014년 세운 한 시즌 최다안타(201개) 타이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인 지난 9월4일 KT전에서 수비 도중 부상을 당해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경쟁자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타율이 떨어진 탓에 ‘어부지리’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최다안타 타이틀은 아쉽게 놓쳤다. 

김재환(두산)은 홈런과 타점에서 자신의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면서 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5명의 40홈런 타자가 배출된 시즌에서 44홈런을 친 김재환은 공동 2위 제이미 로맥(SK), 박병호(넥센), 멜 로하스 주니어(KT)를 1개 차로 따돌렸다. 타점 부문에서는 지난 시즌 타점왕 다린 러프(삼성)과 이대호(롯데)에 8점 차로 넉넉히 앞선 133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두 기록 모두 역대 시즌 최다 기록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즌 133타점은 역대 시즌 기록 중 공동 9위에 해당하고, 44홈런은 역대 시즌 홈런 기록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두 차례나 시즌 50홈런 고지를 넘겼고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6타점·2015년)을 보유한 박병호가 수치상으로는 신기록에 더 가까이 갔다. 박병호는 올해 43홈런과 112타점을 기록했는데, 종아리 근육 파열로 한 달하고도 일주일을 빠져 113경기를 치른 가운데 세운 기록이다. 이 추세대로 144경기를 모두 뛰었다면 수치상으로 54홈런·142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역대 최다 홈런 기록(56개·이승엽)에는 2개, 본인이 세운 최다 타점 기록과는 4타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상이라는 변수 앞에 타격 부문 최다 기록이 여럿 무산됐다. 그만큼 다음 시즌에는 새로운 기록에 보다 근접한 타격 수치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김현수나 박병호, 김재환 모두 팀의 주축인데다 성실하게 경기에 나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들이다. 노쇠화를 걱정할 연령대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돼 평소보다 유독 긴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는 시즌 이외에 시간과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행사는 없다. 40홈런을 넘긴 한동민(SK)과 올해 최다 안타왕이자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전준우(롯데) 등 경쟁자들의 존재도 새로운 기록을 노리는 타자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