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해보다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박병호(32·넥센)는 국내 복귀 첫 시즌을 돌아보며 ‘부담감’이란 말을 먼저 꺼냈다. 2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박병호는 팀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이 지난해 깨진 넥센을 다시 상위권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시즌 초인 5월에는 전력질주하던 도중 종아리 부상을 당해 한 달여를 쉬기도 했다. 그러나 넥센은 여름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선보이며 상위권으로 뛰어올랐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도 5차전까지 치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연장 10회말 SK의 끝내기 홈런에 내주고 말았지만, 박병호는 5차전 9회초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가는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팀의 4번 타자를 맡아 홈런 공동 2위(43개), 타율 4위(0.345), 타점 8위(112타점)을 올린 박병호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내년에 베테랑으로 해야 할 일들을 벌써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박병호는 “내년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개인적 목표”라면서 “팀에 고참 선수들이 많지 않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 올해 경기장에서 보여줬던 실력들이 내년에도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만 이런 부담감을 갖고 있는게 아니다. 박병호와 함께 올 시즌 나란히 국내에 복귀한 김현수(30·LG)와 황재균(31·KT)도 느끼는 바는 비슷하다. 이들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새 유니폼을 갈아 입고 각각 4년 115억원(김현수), 4년 88억원(황재균)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에서의 성적은 미국 진출 전보다 좋아졌다. 김현수는 시즌 막판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서도 20홈런·101타점을 올렸고 타율 1위(0.362)를 수성했다. 황재균은 6월 심한 부진을 겪긴 했지만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살아났다. 3할에 가까운 타율(0.296)을 기록하고 3년 연속 20홈런·80타점을 달성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부담감을 덜어낸 박병호와 달리 김현수와 황재균은 팀이 올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KT는 시즌 초 크게 향상된 장타력을 바탕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으나 창단 첫 탈꼴찌(9위)에 만족해야 했다. LG는 한때 플레이오프 직행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으나 시즌 막판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8위에 그쳤다.
둘은 국내 복귀 두번째해에 팀을 다시 반등시켜야 한다는 더 큰 부담감을 안고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수는 이미 내년 시즌 LG의 새로운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내년 만 32세가 되는 황재균도 팀의 간판타자,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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