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호(33)는 올해 유력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였다. 지난해 어깨 및 허리부상의 여파로 91경기 출전하는데 그치며 3년 연속 골든글러브는 놓쳤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낮지 않아보였다.

두산이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엔 실패했지만 정규리그를 압도적 1위로 마쳤기에 총 4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했다. 준우승이 골든글러브 획득의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경쟁자인 김하성(23·넥센)도 20홈런·84타점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지만 타율이 3할에 못미쳤고(0.288) 홈런·타점도 전년보다 하락했다.

두산 김재호가 지난 5월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와의 경기에서 1회말 2사 만루 3타점 적시타를 치고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두산 김재호가 지난 5월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와의 경기에서 1회말 2사 만루 3타점 적시타를 치고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재호는 타율 3할을 넘겼고(0.311) 사상 처음 한 시즌 두자릿수 홈런(16홈런)을 기록하며 강력한 대항마가 됐다. 지난 10일 시상식에 참석한 김재호 본인도 자신의 수상 가능성을 ‘거의 반반’이라고 볼 정도로 접전이 예상됐다. 김하성이 김재호를 제치고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긴 했지만, 유격수 부문 수상자·차점자간 표차는 외야수 부문(15표) 다음으로 가장 적은 43표였다.

그러나 김재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내년과 이후의 선수생활이었다. 당장 내년이면 3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김재호는 시상식에 앞서 “유격수로 38세까지 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재진으로부터 ‘38세까지 뛰고 은퇴할 것이냐’는 질문이 다시 돌아오자 김재호는 “38세까지 최고 수준의 기량을 유지해 주전 유격수로 뛰고 싶다는 이야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재호는 이어 최근 프로야구판에 팽배한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고참들을 잘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잖아요. 그 분위기를 바꾸려면 베테랑들이 후배들에 귀감이 되도록 잘 해야죠.”

김재호이기에 허튼 말처럼 들리지만은 않았다. 김재호는 중앙고를 졸업한 뒤 2004시즌을 앞두고 1차 지명으로 큰 기대와 함께 두산에 입단했지만 입단 9년차인 2012년까지 수비는 쓸만하지만 공격력을 기대할 수 없는,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에서 크게 두드러진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2013년 생애 첫 3할 타율(0.315)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2010년대 중반 두산의 내야진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급할 때는 5·6번 타순에서 정교한 타격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대표급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에서 살아남으며 김재호는 ‘대기만성형’ 선수의 표본이 됐다. 지난해 부상 여파로 만족스런 시즌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김재호는 “올해 반등할 수 있을까 불안하고 예민했지만, 올해 다시 좋은 성적을 내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성장했고 이후 찾아온 고비도 잘 넘겼기에 김재호가 앞으로 활약을 이어가리란 기대가 크다. 물론 김재호는 그보다 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김재호는 “사람 좋은 베테랑 선수로 남는데 그치지 않고, 후배들과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 이라는 각오도 함께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