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동안 진행되는 포스트시즌에는 경험많은 베테랑이 주목받고 우대받는다. 큰 경기의 중압감을 극복하는 힘이 오랜 경험에서 나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을만 되면 정규시즌보다 더 힘을 냈던 SK 박정권과 김강민은 ‘명불허전’ 올 가을에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 가을 내야에서는 큰 무대 경험이 적었던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말들 하지만 경기를 치를 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큰 무대가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로 거듭나고 있다.
겁없는 젊은 내야수의 열풍은 넥센에서 시작됐다. 대타 카드였던 내야수 송성문이 매서운 방망이를 뽐내더니 어느새 주전 2루수를 맡았다. 여기에 김혜성이 가세했다. 많은 경험과 안정된 수비를 자랑했던 3루수 김민성의 타격 부진이 길어지자, 넥센은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몰린 3차전부터 3루수 송성문-2루수 김혜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타력이 떨어진다던 김혜성은 플레이오프 10타수 3안타를 쳤고, 수비가 아쉽다던 송성문도 3루와 2루를 오가면서도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 송성문은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오히려 눈치 없이 더 과감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넥센은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끌고가 명승부를 연출했다.
SK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나주환을 두고 내야진에 김성현과 강승호를 우선 기용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김성현은 13타수 5안타(타율 0.385)를 기록했고, 강승호는 1차전에서만 4안타를 몰아치는 등 기대 이상의 방망이 실력을 선보였다. 불안하다던 수비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강승호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주포지션 2루수가 아닌 3루수로 나섰음에도 강습타구를 여럿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강승호는 “티가 안나지만 속으로는 떨린다”고 했지만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평소 큰 감정적 동요가 없는 강승호가 바뀐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김성현도 3차전 실책 1개를 범하긴 했지만 까다로운 땅볼타구 2개를 처리해내는 등 나아진 수비를 선보였다.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995년생 유격수 하주석과 2000년생 2루수 정은원을 주전 키스톤 콤비로 냈다.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룬 한화에서 두 선수는 시리즈 내내 제 몫을 했다. 젊은 내야수들 모두 올 가을 정점에 오른건 아니지만, 그만큼 올 가을을 계기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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