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제이미 로맥이 지난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8회말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제이미 로맥이 지난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8회말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큰 경기일 수록 작은 플레이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은 오랜 정설이다. 포스트시즌에 각 팀들은 체력안배를 고려해 투수들을 내기보다는 각 보직에서 믿음직한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낸다. 선발 요원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건 예사다. 거포들은 집중견제를 받아 정규시즌보다 홈런을 만들기 쉽지 않다. 누가 점수를 잘 짜내고, 잘 지키느냐가 승패를 가를 때가 많았다.

역대 최다 홈런 시즌의 여파일까. 올해 포스트시즌이 흘러가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 큰 경기에서 중요하다던 작전 야구와 실수의 존재감을 수많은 홈런포들이 덮어가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13개의 홈런을 작렬한 SK는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벌써 홈런 5방을 추가했다. 1차전 한동민의 선제 투런과 박정권의 역전 결승 투런으로 불을 뿜은 SK의 홈런포는 2차전에서 숨을 고른 뒤 3차전에서 다시 대폭발했다. 3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된 제이미 로맥의 홈런 2방과 이재원의 스리런 쐐기포까지 SK는 다시 3홈런 경기를 펼쳤다. SK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벌써 18홈런을 터뜨렸다. 한 팀이 한 해 포스트시즌에서 기록한 최다 홈런 기록(종전 2001년 두산·17개)을 훌쩍 넘어섰다.

3차전 SK의 야구가 큰 경기에 걸맞는 디테일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2회말에는 1사 1루에서 김성현이 도루에 실패해 한차례 흐름을 끊었다. 4회말에는 1사 2루에서 강승호의 우익수 뜬공 때 2루 주자 정의윤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듯 3루까지 전력질주하다 2루로 귀루하지 못하고 아웃됐다. SK는 곧바로 두산에 5회초 2점을 내주고 6회초 1사 만루 역전 위기까지 내줬다.

유격수 김성현과 2루수 강승호도 실책을 하나씩 추가했다. 그러나 모든 실수는 경기 초반과 중후반 나온 홈런에 모두 덮였다. 지난 5일 열린 2차전에서도 실책의 아픔보다 홈런의 힘이 더 컸다. 7회초 두산은 허경민의 3루수 실책으로 2사 2·3루 위기를 맞은 뒤 SK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내줘 4-3까지 쫓겼으나 최주환이 4회 터뜨린 투런 홈런 덕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이겼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연장 10회말 SK 김강민-한동민의 연타석 홈런 덕에 9회초 2루수 강승호의 결정적인 실책이 잊혀졌다. 1차전에서 기억된 것은 SK가 범한 실책 3개가 아니라 박정권의 끝내기 홈런이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넥센은 실책을 4개 범하고도 박병호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시리즈 첫 승을 따냈고 여세를 그대로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팬들에게 인상적인 홈런은 많았지만, ‘묘수’라고 할만한 작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도루나 희생번트도 잘 보이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2·3차전과 플레이오프 1·2차전, 한국시리즈 1·3차전은 도루 없이 끝났다. 희생번트는 플레이오프 3차전과 4차전에서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스몰볼보다 빅볼을 우선시하는 최근 야구의 흐름과 무관한 건 아니지만,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진 탓도 크다. 번트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번트 시도가 실패해 카운트에 몰리면서 강공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김성현이 4회말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에 성공하긴 했지만, 1루수 앞으로 빠르게 굴러 선행주자가 아웃될 수도 있던 타구였다. 여기에 경기를 치러도 점점 줄어들지 않는 수비 실책도 아쉽다. 승리에 왕도는 없다지만, 실책은 적고 작전이 통용되는 디테일의 야구가 팬들의 볼거리를 늘리고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가을야구엔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