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시리즈가 개막할 때마다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할 확률’이 언급된다.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35번의 한국시리즈 중,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경우는 25번. 71.4%. 분명 높은 확률이다. 하지만 확률만 따지면 1차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3차전이다. 35번의 한국시리즈 중 3차전 승리팀은 한국시리즈에서 26번 이겼다. 우승 확률이 74.3%에 달한다.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은 첫 경기를 잡는 팀이 단기전에서 좋은 흐름을 선점해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개념이었다. 실제 5전3선승제인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승리팀이 모두 시리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경우는 딱 한 번, 두산이 NC에 1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거둬 우승했던 2016년 시리즈 뿐이었다.
반면 5번의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 승리한 팀은 모두 우승했다. 2013~2014년 삼성, 2015~2016년 두산, 지난해 KIA까지 모두 3차전을 이겼다. 2016년 1·2차전을 모두 이긴 두산의 경우에는 3차전 승리가 시리즈 흐름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2015년과 2017년은 1차전에 패한 팀이 2차전에서 패배를 만회하고, 3차전 승리를 계기로 상승세에 불을 붙인 뒤 우승까지 한달음에 나아갔다. 1차전에서 패한다고 해도, 2차전을 잡으면 3차전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시리즈 끝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한 뒤 짐짓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두산 김태형 감독도 머릿 속에 비슷한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았다. 두산은 2015년에는 1차전에 패하고도 4연승을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KIA에 1차전을 따내고도 양현종에 2차전 완봉패를 당한 뒤 3~5차전을 내리 졌다. 2차전을 이기면 좋은 분위기를 다시 두산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 김태형 감독은 “홈에서 1승1패를 거두겠다”고 공언했고, 2차전 승리로 이를 실현시킨 뒤 문학에서 3차전을 맞게 됐다.
두산으로서는 야수들이 1·2차전을 치르며 경기 감각을 회복했다는 호재 속에서 남은 경기를 치르게 돼 2차전 승리의 분위기를 3차전 이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3차전을 이기면 좋은 분위기를 탈 수 있는 것은 SK도 마찬가지다. 올해 홈경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SK 타선은 플레이오프에서도 홈에서 치른 3경기에서 홈런을 총 10개 터뜨리며 모두 이겼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다소 지쳤을 마운드가 걸리긴 하지만 올 시즌 문학에서 부진했던 두산의 타선과 홈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 힘을 되찾는 SK의 타선을 감안하면 SK도 시리즈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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