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두산에 입단한 최주환(30)은 2012년이 돼서야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팀은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었지만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기 전 4시즌에서 32경기를 뛴 타자에게 큰 무대를 밟을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주환은 더그아웃이 아닌 관중석에서 봤던 한국시리즈를 떠올리며, 그 때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을 더 구체적으로 새겼다고 했다. 최주환은 지난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SK와의 1차전을 앞두고 “SK와의 2007·2008년 한국시리즈를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며 “그 때 팀이 모두 준우승에 그쳤지만, 경기 결과보다는 ‘저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했다.
두산과 SK가 대결하는 동안 경기장 안팎으로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최주환은 양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사력을 다해 선보인 플레이가 인상깊었다고 했다. 최주환은 “내야수로서 당시 경기를 볼 때 눈에 들어오는 미세한 플레이들이 인상적이었다”며 “SK와의 대결에서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 SK와 맞붙는 한국시리즈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최주환에게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남다르다. 2012년부터 가을야구에 자주 모습을 비추긴 했지만 최주환은 그 때도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타율 3할3푼3리, 26홈런 108타점. 올해 새운 이 기록이 모두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쏠쏠한 활약을 해주는 타자’에서 두산의 강타선을 이끄는 선수로 완전히 변모했다. 상대 SK의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은 그라운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홈런이 많이 나온다. 올해 파워를 부쩍 향상시킨 최주환이 활약하기 좋은 조건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의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최주환은 ‘평정심’을 강조했다. 최주환은 “이번 시리즈 성적이 정규시즌 만큼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내가 못 쳐도 팀이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 괜히 다들 평정심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두번 벤치클리어링을 하고도 베테랑들의 주도 아래 평정심을 찾아간 SK가 결국 시리즈를 따낸 것과 맥이 닿아 있었다.
최주환은 “SK 타자들의 타격감이 조금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하며 웃으면서도 “상대팀에 좋은 투수들이 있으니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평정심 속에 집중한 덕을 봤을까. 최주환은 1차전에서부터 활약했다. 6번·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최주환은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이날 팀이 올린 모든 점수(3점)을 자신의 방망이로 해결했다. 관중석에서 그렸던 자신의 활약상을 최주환은 올해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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