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용찬, 정수빈, 김태형 감독, SK 트레이 힐만 감독, 김강민, 김광현(왼쪽부터)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8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이 원하는 한국시리즈 경기 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이용찬, 정수빈, 김태형 감독, SK 트레이 힐만 감독, 김강민, 김광현(왼쪽부터)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8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이 원하는 한국시리즈 경기 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트시즌에서 항상 두산을 만나면 결과가 좋았다. 그 기억을 간직하고 경기에 임하겠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SK 김강민은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두산과의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2007년과 2008년, SK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할 당시 상대는 모두 두산이었다.

SK는 쉽지 않은 승부를 벌였지만 두 경기 모두 1차전을 내주고도 4연승으로 역전 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2007년 한국시리즈는 첫 2경기를 먼저 내준 팀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첫 사례로 남았다. 두산에는 지독한 불운이 뒤따랐다. 김현수가 3차전과 5차전,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병살타를 쳐 경기를 끝내는 보기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SK는 이 때를 기점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왕조 시대를 열어 젖혔다. 그러나 두산은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2015년이 돼서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되찾을 수 있었다.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패한 당시 김경문 감독은 NC 감독을 맡았던 최근까지도 ‘2인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한국시리즈가 아닌 플레이오프에서의 유일한 맞대결도 SK에게 좋은 기억이다. 두 팀은 200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3년 연속 대결을 이어갔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이 1·2차전을 다시 내리 따내 복수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SK가 3~5차전을 모두 이겨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김현수가 선제 홈런을 기록했던 5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는 등 지독한 불운이 이어졌다.

그 후 2010년대 초반까지는 두산이, 이후부터는 SK가 예전의 명성에 못미치는 침체를 겪으며 두 팀은 가을 야구 무대에서 마주치지 않았다. 4일 시작된 한국시리즈는 두 팀이 9년 만에 치르는 맞대결이다. SK는 앞선 세 번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기억을 되살리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광현은 “당시엔 팀의 막내로 포수 미트만 보고 공 던진 기억이 난다”며 “두산과 만나면 항상 저희 (결과)가 좋았다. 좋은 기억만 갖고 경기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기억은 두산의 배터리코치로 SK를 상대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도 또렷이 남아있는 듯 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돌이켜보면 당시엔 김성근 감독이 버틴 SK보다 우리가 어렸다”고 했다.

김 감독은 “시리즈 끝나고 술 한 잔 하면서 코칭스태프들과 많이 울기도 했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1위가 돼 SK를 기다렸다. SK도 탄탄한 팀이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잘 준비해왔기에 우승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산이 SK에게 패한 세 번의 시리즈에서 SK는 모두 두산보다 좋은 정규시즌 성적을 거뒀다. 이번엔 두산이 정규시즌 성적이 좋으니 그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게 두산의 바람이다.

정수빈도 설욕을 다짐했다. 정수빈은 “2009년 플레이오프 때 제가 한 에러가 빌미가 돼 2연승을 하고도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며 “이제는 그 기억을 지우고 한국시리즈만 생각하며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수빈은 신인으로 뛰었던 9년 전의 실책을 기억하고 있지만,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맹활약한 좋은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