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고시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영향평가 받아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 최고 142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시가 청계천 변 기준 건물 최고 높이를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관련 재정비촉진계획을 일방적으로 고시했기 때문이다. 종묘 경관이 훼손될 우려에 국가유산청은 3일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핵심은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 상향이다. 당초 종로 변 55m, 청계천 변 71.9m에서 종로 변 101m, 청계천 변 145m로 변경됐다. 그러자 재개발 사업시행자는 이 지역에 종로 변 높이가 98.7m, 청계천 변 높이가 141.9m인 건물을 세우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세운4구역은 북쪽으로는 종묘, 남쪽으로는 청계천과 맞닿아있으며, 서쪽으로는 세운광장·세운상가가 둘러싼 약 44만㎡ 구역이다. 세운4구역은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역사 경관 보존, 수익성 확보 등의 문제가 있어 개발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했는데, 문화유산위원회는 2009년부터 세운4구역 최고 높이 기준을 조정해 2014년 71.9m로 정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의 변경 고시에 대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1995년 유네스코 등재 당시 유네스코가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의 변경 고시 추진에 대해 ‘기존 협의안(71.9m 이하)을 유지하고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선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변경 절차를 추진할 것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이번 변경 고시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세계유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유산협약국들에 유산영향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명문화한 세계유산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평가 관련 하위 법령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높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세계유산영향평가도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서울시는 지정문화유산 100m 이내 지역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정하고 있는데, 세운4구역은 종묘에서 180m 떨어져 있어 세계유산법 등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서울시는 주장한다. 다만 서울과 제주를 뺀 대부분 시·도는 주거·상업·공업지역의 경우 200m 이내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문화계에선 종묘의 경관을 초고층 건물이 해치면 세계유산 지위도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영국의 ‘리버풀, 해양 무역도시’는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나 주변 대규모 개발 사업이 문제가 되며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이 됐고 2021년에는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다.
국내 또 다른 세계유산인 경기 김포 장릉 근처에 세워져 왕릉 조망을 해친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의 사업계획을 살핀 후 문화유산위원회, 유네스코와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서울시와도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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