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홈런 후 기뻐하는 시애틀 선수들. 게티이미지코리아

끝내기 홈런 후 기뻐하는 시애틀 선수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은 올해 89승을 거두며 프랜차이즈 역사상 여섯번째로 많은 시즌 승수를 챙겼지만 17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라는 불명예를 이어갔다. 전 시즌보다 11승을 더 거두는 성과도 얻었지만 시애틀은 이번 오프시즌 ‘리빌딩’ 모드에 돌입하며 잇단 주축선수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시애틀은 지난 20일 제임스 팩스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다. 패트릭 코빈, 댈러스 카이클 등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수준급 좌완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팩스턴이 가장 먼저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트레이드는 시애틀의 오프시즌 움직임의 ‘신호탄’ 격이라는 시각이 많다. LA 에인절스 등을 거치며 많은 트레이드를 만들어 낸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이 ‘리빌딩’을 천명했고, 시애틀의 여러 주축 선수들이 트레이드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팩스턴 트레이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애틀이 주전 유격수 진 세구라도 트레이드 대상으로 올려놓고 협상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전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올해 시즌 후 토미존 수술을 받는 바람에 내야수 공백이 생긴 양키스가 세구라 트레이드도 협상했다고 전해졌다. 세구라는 2016년 애리조나 때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두자릿수 홈런 기록을 세웠지만 시애틀은 트레이드 매물로 내놨다.

여기에 5년간 연평균 240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내야수 로빈슨 카노 역시 트레이드하기로 하고 양키스와 뉴욕 메츠를 상대로 협상을 벌였다. 카노는 올해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돼 80경기 출장정지를 당하면서 그간 보여준 꾸준함과 명성이 크게 깎였지만 홈런이 잘 나오지 않기로 악명높은 세이프코 필드를 홈으로 쓰면서도 연평균 20홈런을 칠 수 있을 정도의 파워와 2할8푼~3할 타율을 기록할만한 정교함도 갖췄다. 아직 5년 총액 1억20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있지만 양키스가 고액 연봉 외야수 저코비 엘스버리와 맞교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시애틀의 중심타선을 꾸준히 지켜왔던 카일 시거 등도 트레이드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157경기에 나와 26홈런을 친 외야수 미치 해니거, 풀타임 선발 첫 시즌에 13승(9패)을 거둔 좌완 선발 마르코 곤잘레스 정도가 시애틀이 지킬 선수로 분류되고 있다. 이밖에 올해 57세이브를 거둬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떠오른 에드윈 디아즈도 시애틀 리빌딩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팀들은 디아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데 관심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시애틀은 주축 선수들을 팔아 유망주들을 끌어모으고 2020년부터 승부를 보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 팩스턴을 보내며 양키스 팀내 정상급 유망주였던 좌완투수 저스터스 셰필드를 데려온 것은 시애틀이 원하는 트레이드의 단적인 예다. 팩스턴에 앞서 주전 포수 마이크 주니노를 탬파베이에 내주고 올해 리그 최다인 10개의 3루타에 40도루를 성공시킨 25세 외야수 말렉스 스미스를 데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치를 쌓게 하고,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기록을 끊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드는 게 시애틀과 디포토 단장의 목표다. 다만 시애틀이 현재 팜에 정상급 유망주가 많은 상태도 아닌지라 이번 오프시즌 트레이드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목표 달성을 좌우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