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활약해 별명마저 ‘장꾸준’이 된 장원준(33·두산)에게 2018년은 잊고 싶을 한 해가 됐다. 2008년부터 이어오던 8시즌 연속 10승 기록이 깨진 것은 물론이고 시즌을 불펜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투구 이닝은 신인이던 2004년(84.2이닝)보다도 못한 역대 최소 71.2이닝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엔 두 경기에 나섰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했다.

이런 급작스런 부진은 장원준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팀 동료 유희관(32)은 장원준이 두산에 합류한 2015년부터 팀내 좌완 에이스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나 갑작스런 성적 하락도 동시에 경험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10승을 거둬 2013년부터 이어오던 6년 연속 10승을 달성했으나 그뿐이었다. 프로 데뷔 처음으로 시즌 10패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6.70까지 치솟았다. 14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쳐 규정이닝(144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왼쪽부터 장원준, 유희관, 윤성환. 이석우 기자

왼쪽부터 장원준, 유희관, 윤성환. 이석우 기자

장원준, 유희관과 마찬가지로 윤성환(37·삼성)과 차우찬(31·LG)도 꾸준한 모습을 잃어버렸다. 매 시즌 10승씩 수확하며 5년 연속 10승을 거뒀던 윤성환도 올해 기록 행진을 멈췄다. 5승9패를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6.98까지 치솟았다. 5년 연속 170이닝 투구 기록도 올해 117.1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면서 함께 깨졌다. 차우찬은 시즌 12승(10패)을 거두고 예년에 버금가는 170이닝을 던지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차우찬이 팔꿈치 부상 여파로 7~8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35에 이르는 부진을 보이는 동안 LG는 급격한 순위 하락을 경험하고 말았다.

이들 4명의 투수는 모두 2015~2017년 3년간 투구이닝 10위 안에 들었다. 국내 선수들 중 3년간 투구이닝 상위 10걸에 오른 선수는 이들 4명과 양현종(KIA)까지 5명뿐이다. 매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많은 이닝, 많은 승수를 쌓아온 ‘검증된 선발투수’로 평가를 받은 이들이 올해 일제히 무너졌다.

삼성과 두산은 이들의 부진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만큼 부진했던 에이스들의 입지는 불안해졌다. 삼성은 윤성환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올해 팀 순위를 전년의 9위에서 세 계단 끌어올렸다.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윤성환의 내년도 팀내 입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두산은 유희관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장원준이 아예 불펜으로 빠진 동안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둘의 입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유희관은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초에야 마운드에 올라 한동민에게 결승 홈런을 얻어맞는 굴욕을 맛봤다.

내년 시즌 활약이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해졌다. 문제는 이번 오프시즌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장원준과 달리 윤성환은 FA 시장에 나왔다. 베테랑에게 더 가혹해지고 있는 최근 흐름에서 윤성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차우찬도 이번 오프시즌에 부상 후유증을 털어내야 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