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영일, 김동엽, 하재훈(왼쪽부터). 이석우 기자·SK 와이번스 제공

SK 정영일, 김동엽, 하재훈(왼쪽부터). 이석우 기자·SK 와이번스 제공

SK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까지 적지 않은 조연들이 있었지만 투수 정영일(30)의 깜짝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시리즈 5경기에 나와 6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SK 불펜에서는 김태훈과 앙헬 산체스의 역할이 컸지만 정영일이 1·3·5차전에서 경기 마지막을 깔끔하게 막아줬기에 SK는 마무리 신재웅의 난조를 극복할 수 있었다. 6차전 8회말 1사 1·3루에서는 김태훈이 내보낸 책임주자를 불러들이긴 했지만, 실점을 1점으로 최소화한 덕에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무실점 호투했던 정영일은 포스트시즌 큰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SK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광주 진흥고 졸업 후 2007년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입단했으나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에 지명됐다.

상무에서의 2년 복무 후 2016년 마운드에 올라 빠른 공이 여전하다는 걸 보였지만 제구가 불안해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올해는 51경기에 나섰지만 44이닝을 던지는 동안 48개의 안타를 맞았다. 3승에 13홀드를 따내긴 했지만 불펜에서의 입지를 완벽히 다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활약하며 SK는 우승까지 거머쥐었고 정영일의 입지도 달라지게 됐다.

SK 전력에 보탬이 된 유턴파 선수는 또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외야수 김동엽(28)은 정규시즌 동안 SK 막강 홈런 타선의 한 축을 이뤘다. 올해 타율은 2할5푼2리로 낮았지만 27홈런·76타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20홈런에 성공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외야가 드넓은 잠실야구장에서 18년만에 장외홈런을 쏘아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동엽 역시 북일고를 졸업한 뒤 2009년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하위 싱글A까지 올라가는 데 그쳤고 마이너리그 2년간 저조한 타율(0.250)을 기록하는 데 그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2년간의 공익근무요원 복무 뒤 2015년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의 낮은 순번에 SK에 지명됐다. 그러나 낮은 지명순번에 비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SK의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컨택 능력이 떨어지고 어깨가 약하다는 분명한 약점을 갖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동엽을 중용하며 기대를 보였다. 미국 무대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모두 성공했던 게 아닌걸 감안하면 김동엽도 SK에 복이 됐던 유턴파다.

SK는 내년 시즌 또다른 유턴파 성공신화를 꿈꾸고 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하재훈(28)을 지명했다. 하재훈은 마산용마고를 졸업한 뒤 2008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아봤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16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로 팀을 옮겼다. 이후 2년간 일본 독립리그에서 뛴 뒤 한국 프로야구에 유턴했다.

그간 주로 외야수로 뛰었던 하재훈은 SK에는 투수로 입단하게 됐다. 일본 독립리그 등에서 투수로 뛰었던 경험을 높이샀다. 하재훈은 본격적인 투수 전향 한달만에 시속 150㎞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마무리캠프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재훈이 내년 시즌에도 실전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거 왕조를 이뤘던 SK가 꿈꾸는 새 왕조도 현실화될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