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2018 KBO 시상식에 모인 팬들 중에선 두산 팬들의 함성소리가 가장 컸다.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해 개인 타이틀 14개 중 5개를 챙겨갔던, 정규시즌 활약을 그대로 보상받는 자리이니 그럴만했다. 평균자책점 1위 조쉬 린드블럼, 다승·승률 1위 세스 후랭코프가 시상식장에 오지 않았지만 김재환이 홈런·타점상에 MVP를 품에 안으면서 시상식은 두산의 잔치가 됐다. MVP 투표 상위 5명 중 4명이 두산의 몫으로 돌아간 것도 감격은 더 컸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LG 김현수, KIA 전상현, kt 김민혁, kt 문상철, 경찰청 이성규, 넥센 임지열, 한화 정우람, 롯데 전준우, 넥센 박병호, 두산 김재환, 정운찬 KBO 총재, kt 강백호, 롯데 오현택, 권영철 심판위원.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LG 김현수, KIA 전상현, kt 김민혁, kt 문상철, 경찰청 이성규, 넥센 임지열, 한화 정우람, 롯데 전준우, 넥센 박병호, 두산 김재환, 정운찬 KBO 총재, kt 강백호, 롯데 오현택, 권영철 심판위원. 연합뉴스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그것도 시즌 내내 압도적으로 차지하면서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두산은 정규시즌 개막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4월8일 선두에 오른 이래, SK에게 공동 선두만 두 차례 내줬을 뿐 순위표 맨 윗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5월15일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약 5개월간은 공동 선두도 허용하지 않았다.

두산이 고공질주할 수 있었던 건 여러 선수들이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했기 때문이다. 두산 타선은 홈런과 타점 1위를 차지한 김재환 혼자서 이끈 것이 아니었다. 최주환이 26홈런을 치며 장타자로 각성했고 양의지도 올해 공수에서 최고의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오재원도 생애 첫 두자릿수 홈런(15개)을 쳐 겨우내 장타력을 키우려던 노력의 결과를 본 동시에 김재호와 함께 타율 3할을 기록했다. 오재일이 27홈런으로 하위타선에서 힘을 보탰고 허경민도 개인 최고의 타율(0.324)을 기록했다.

마운드 역시 튼튼했다. 장원준-유희관이 동반 부진한 동안에도 린드블럼-후랭코프 원투펀치의 뒤를 이용찬이 든든히 받쳤다. 올해 성적(15승3패, 평균자책점 3.63)만 놓고보면 이용찬은 다른 팀으로 옮기면 곧바로 에이스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이영하가 10승을 거둬 선발진의 남은 빈자리를 채웠고, 아시안게임 대표로 나란히 출전한 박치국-함덕주도 굳건히 버텼다.

고른 활약을 선보였기에, MVP 투표에서 1점이라도 획득한 45명의 선수들 중 두산 선수들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MVP 김재환과 차점자 린드블럼, 4위 양의지와 5위 후랭코프 외에도 이용찬(14점), 최주환(8점), 오재원(4점), 함덕주(1점) 등이 표를 받았다. 점수와 시즌 활약도가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각자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에 제 몫을 다했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두산 선수들의 많은 득표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신인왕 및 MVP 투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렸던 지난달 15~16일 진행됐다. 그 때만 해도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인 두산이 한국시리즈 패권도 차지하리란 전망이 많았다. 한 두명에 의존하지 않는데다 단기전 경험도 많은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면 치를수록 특유의 힘을 발휘할 것 같았다.

그러나 김재환이 부상을 당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두산은 예상보다 어렵게 매 경기를 치렀다. 정규시즌에 빈 자리가 생길 때마다 누군가가 이를 메워 거짓말처럼 승리를 쌓아가던 두산은 정작 한국시리즈에선 빈 틈을 메우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받아들여야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