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너무 집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손혁 키움 신임 감독(46)은 자신의 말대로 ‘영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에 앉게 됐다. 프로야구 감독직이 원래 그런 자리라고는 하지만 손 감독이 떠안은 짐은 더 크다. 키움은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고도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는 대신 손 감독을 새로 데려왔다. 경영진이 감독 교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잡음 또한 적지 않았다.
선수단 안팎의 동요가 적지 않은 가운데 전임자가 거둔 성과도 유지해야하는 상황. 그러나 손 감독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까지 고민하다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 혼자만 부담을 갖거나 고민하지 말고, 코칭스태프들과 나누면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지난 4일 선임 사실이 공개됐을 때부터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나누려고 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이는 그가 롤모델로 꼽은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이 그에게 건넸던 조언이기도 하다. 손 감독은 “제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을 때, 힐만 감독님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라’고 해주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 되는 과정에서 구단 경영진의 ‘옥중경영’ 논란과 내홍도 함께 불거졌지만 이 부분에 신경쓰지 않고 다음 시즌 준비에 일단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손 감독은 히어로즈 투수코치 시절 함께 생활했던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1군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손 감독이 취임한 뒤 직접 외부에서 데려온 코치는 없지만 대부분 이미 함께 손발을 맞춰본 이들이다. 손 감독은 “홍원기 수석코치가 오늘 아침에도 ‘다같이 고민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취임식 오는 길에 부담이 좀 풀렸다”며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과 1973년생 동갑인 홍 코치는 공주고-고려대를 함께 다닌 동기생으로 히어로즈에서도 투수코치와 수비코치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이밖에 코치 및 여러 스태프들이 각자 할 일에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겠다며, 취임사에서 ‘불필친교’(不必親校·상사가 모든 일을 직접 챙겨서는 안된다)는 사자성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히어로즈 구단 시스템에 익숙하고, 이미 좋은 전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 감독은 “제가 코치를 했을 때, 히어로즈는 데이터를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이었다”며 “밖에서 봤을 때도, 다시 들어와서 봐도 여전히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제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투수코치와 상의해 보다 강한 투수진을 만들 것”이라면서 “SK 시절 상대했던 타선들 중 가장 껄끄러웠던게 키움 타선이었다. 큰 틀을 바꾸지는 않고,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코치는 곧 시작될 키움 마무리 훈련 기간 본격적으로 선수단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손 감독은 “짧은 기간 많은 훈련을 시키기보다는 선수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부족한 부분들을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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