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한 시즌을 혼자서는 못 치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아주 조금 뛴 것도 아니었구요.”
2019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행선지를 정한 자유계약선수(FA)가 포수 이지영(33·키움)이 되리라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포수가 약한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그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밀당’을 해 계약이 늦어질 수도 있겠다는 예상 또한 적지 않았다.
2019년, 박동원과 함께 선발 포수를 나눠맡으며 이지영은 체력도 아끼면서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독보적인 주전 포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 않았을까.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지영의 생각은 달랐다. 이지영은 “어느 포수든 더 많이 뛰고 싶은 욕심은 있겠으나, 팀은 좋은 포수 2명을 함께 뛰는 것을 원할 것”이라며 “그런 부분이 올해 성적으로 드러나며 입증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지영은 후반기 페이스가 조금 처지긴 했지만 하위타선에서 타율 0.282로 활약했고, 박동원 역시 타율 0.297, 10홈런으로 ‘투고타저’ 흐름 속에도 ‘윈윈’했다. 두 선수가 포수와 지명타자로 함께 타순에 들어섰고, 선발로 나서지 못한 경기에서는 중요한 상황 대타로 기용됐다.
이지영은 “그래도 삼성에 있을 때보다는 더 많이 뛰지 않았느냐”고 했다. 올해는 박동원과 공존했다면, 2018년 삼성에서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와 함께 했다. 그 때 역할은 강민호를 백업하는 것이었던 반면, 키움에서는 박동원과 각자 다른 선발투수들을 전담하며 부담을 나눠졌다. 이지영은 “삼성에서 백업 포수로 남았다면, 지금 수준의 FA 계약도 맺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키움에 이적하면서 자신의 위치가 바뀌고 입지도 한층 올라 삼성 때 꿈꾸지 못한 계약도 가능했고, 그 때문에 계약 고민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지영의 빠른 계약은 최근 침체된 FA 시장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지영은 “사실 몇 년전이었다면 지금의 조건이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면서도 “구단의 제시안이 제 생각과 차이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했다”고 말했다. 포수가 부족했던 롯데가 이지영의 영입을 타진했지만 키움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했다. 이지영은 “같은 조건이어도 수도권에 남았을 것 같다”며 “아내도 서울에 남고 싶어한 것 같아 잔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는 대신 이지영이 휴식을 취하며 당장 하려는 일도 ‘아내와의 여행’이다.
이지영은 딱 12월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쉬고 다시 다음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 계획이다. 이지영은 “팀은 여전히 제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가르쳐주길 원하는 것 같다. 저도 팀이 바라는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낼 생각”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문턱에서 놓쳤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다시 도전하고픈 마음도 생겼다. 이지영은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 2점차 리드를 못지키고 역전패한게 아직도 아쉽다”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한 키움이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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