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강승호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잠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SK 강승호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잠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SK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순간, 내야에는 강승호가 있었다. 그가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누리고 우승반지를 손에 끼게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올 시즌 초 LG의 붙박이 2루수로 기용됐지만 그의 실력에 의문을 품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결국 5월부터 1군 엔트리에서 빠져 7월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전의 장은 8월에야 열렸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강승호는 문광은과 맞트레이드돼 SK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전까지 2할에 못 미치던 타율(0.191)을 SK 이적 후 2할5푼5리까지 끌어올리며 희미했던 존재감을 되살렸다. 포스트시즌에는 존재감이 더 커졌다.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4경기에 출전했다. 주 포지션인 2루가 아닌 3루 자리에서도 능숙하게 강습타구를 처리했다. 홈런도 2개 터뜨렸다. 6차전에서 강승호의 투런이 없었다면 SK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지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강승호는 ‘있는 듯 없는 듯’ 묻어간 단역이 아니라 SK 우승의 조력자로 거듭났다.

강승호는 6차전을 마치고 당시 트레이드를 “신의 한 수, 혹은 터닝포인트”였다고 했다. 개인에게도 트레이드가 특별했지만 SK에게도 트레이드는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됐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내야수들을 믿는다”면서 특히 강승호에 대해 “팀에 합류할 때부터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타구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최정을 대신해 들어간 3루수 자리에서도 제 몫을 해 낸 강승호 덕에 SK 내야진은 경기를 치를 수록 안정감을 찾아갔다. 결국 SK는 우승에 이르기까지 올 시즌 마감시한 전 트레이드 효과를 봤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우승팀 KIA도 마감시한 전 트레이드 덕을 봤다. 당시 넥센에 좌완 손동욱, 이승호를 내주고 외야수 유재신과 투수 김세현을 데려왔다. 방점은 김세현 영입에 찍혀 있었다. KIA의 뒷문이 우승을 노리는 팀 치고는 불안했기 때문이다.

임창용이 기대만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가운데 KIA는 구원왕 출신 김세현이 가세하며 불펜의 깊이를 더했다. 2016년 세이브왕을 차지했을 때의 포스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임창용, 김윤동 등과 함께 김세현이 불펜에서 버텨준 덕에 KIA는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년 연속으로 트레이드가, 그것도 마감시한을 앞두고 벌인 트레이드가 한국시리즈 우승팀에 큰 힘이 됐다. 지난해 활성화되는 듯했던 트레이드가 올해는 부쩍 줄었는데, 우승을 위한 ‘한 수’가 될 트레이드가 다음 시즌 전후에는 얼마나 늘어날지 지켜볼만 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