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공장은 가을에도 쉬지 않았다. SK의 타선은 포스트시즌 내내 타순을 가리지 않고 일발장타를 터뜨린 끝에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SK는 올해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총 21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한 팀이 한 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20개 이상 홈런을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기록(17개·2001년 두산)을 4개나 뛰어넘었다. 2011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총 13경기를 치른 두산보다 적은 2경기 만에 새 기록을 세웠다.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3회초 2사 솔로 홈런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3회초 2사 솔로 홈런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달 27일, SK가 올해 처음 치른 포스트시즌 경기인 플레이오프 문학 1차전부터 홈런포 4방을 쏘았다. 최정이 1회말 선제 솔로포를 쳐 포문을 열었다. 우승을 확정한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4회 강승호가 투런을, 9회 최정과 연장 13회 한동민이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3개의 홈런을 때렸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까지 SK의 가을야구 여정은 홈런에서 시작돼 홈런에서 끝을 맺었다.

그라운드가 작아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덕도 봤지만, 상대적으로 그라운드가 넓은 고척스카이돔과 잠실야구장에서도 홈런포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의 경우 문학에서 친 홈런(3홈런)보다 잠실에서 때린 홈런(5홈런)이 더 많다. 문학에서 열린 3차전부터 김재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빠진 두산이 제대로 화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SK의 화력은 더욱 돋보였다.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것은 정규시즌 ‘40홈런 듀오’였던 한동민과 제이미 로맥(이상 4홈런)이었지만, 홈런은 특정 선수에게 편중되지 않고 터져나왔다. 가을 야구 경험이 많은 김강민과 최정이 3개씩 보탰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한 강승호(2개)와 김성현(1개)도 의외의 펀치력을 과시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1개 이상 기록한 SK 타자는 총 8명. 김성현을 빼고는 모두 2개 이상씩 홈런을 쳐냈다.

포스트시즌에서 SK는 많은 출루와 집중타로 득점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홈런의 수가 워낙 많았다. SK가 포스트시즌에서 낸 득점 57점 중 61.4%(35점)가 홈런을 통해 나왔다. 순도 또한 높아 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 끝내기 홈런이 두 번(플레이오프 1·5차전) 있었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홈런포는 더욱 극적인 상황에서 나왔다. 3-4로 뒤진 9회초 투아웃에서 최정이 동점 홈런을 쏘아올렸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던 연장 13회에 한동민의 한방이 터졌다. SK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이긴 7경기 중 6경기의 결승타가 홈런이었다.

정규시즌보다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SK는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좌우했다. 가을 기간 부침을 보였던 한동민과 최정 등도 홈런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 연속 홈런 뒤 침묵하던 최정이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에서 극적인 홈런을 때려낸 장면은 SK 팬들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