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들이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마친 뒤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나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끽하는 순간 노수광(28)도 그들 사이에 있었다. 노수광은 올 시즌 SK의 붙박이 1번타자로 자리매김했지만 포스트시즌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노수광은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달 초 손가락 부상을 당해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타율 3할1푼3리에 8홈런 53타점 25도루, 자신의 역대 최고 성적을 갈아치우며 거포 일색의 SK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존재였다. ‘노토바이’라는 별명에 맞게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올스타전에 등장해 올해를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어가고 있던 노수광에게 손가락 부상은 본인에게도 SK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SK는 노수광의 빠른 회복을 내심 기대했지만 기대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한국시리즈에서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SK는 노수광의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노수광을 대신해 포스트시즌 1번 자리에 들어선 김강민이 2000년대 말 왕조 시절을 연상케하는 활약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가 되면서 노수광의 빈 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노수광은 “아쉬운 마음은 조금 있지만, 우승하는 기분을 만끽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팀원으로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비록 자신은 부상 탓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 서있게 됐지만, 정규시즌 부동의 선두 두산을 꺾고 우승을 일궈낸 팀 동료들이 더 영광을 누렸으면 하는 것 같았다.
자신 대신에 1번 타순에서 맹활약한 김강민을 보면서도 “선배가 원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가을에서도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때려내시더라”며 “내가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냈을까 상상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노수광은 더그아웃에는 자리하지 못했지만 선수단과 동행하며 비슷한 또래인 한국시리즈 MVP 한동민(29), 김태훈(28) 등에게 때로는 장난치고 때로는 격려하며 함께 응집력있는 팀을 만들어 나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에서 시즌 도중 트레이드됐고, 올해도 부상 탓에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되지는 못했지만 노수광은 올 시즌 개인적으로 전보다 나은 성적을 낸 것은 여전히 뿌듯하다고 했다. 재활 훈련하면서 손가락 부상도 많이 호전된 상태. 노수광은 “작년에 했던 시즌 준비가 올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올해도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일찍 돌입할 것이다. 작년부터 했던 준비를 다시 해낸다면 좋은 결과 있지 않겠냐”는 말과 함께 후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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