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와 두산의 불펜 운용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두산이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인 함덕주를 마무리로 올리는 ‘정석에 가까운’ 기용을 한 반면 SK는 김태훈과 앙헬 산체스 등 가장 믿을만한 불펜 투수들을 경기 중반부에 투입했다.
SK의 불펜 운용은 최근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몇 차례 나왔다. 2016년 클리블랜드가 앤드루 밀러를, 올해는 밀워키가 조쉬 헤이더를 8·9회가 아닌 6·7회 위기 상황에서 등판시켰다. 이들이 세이브를 따낸 건 아니지만 승부처에서 상대 타선을 봉쇄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SK의 불펜 운용은 고육책에 가까웠다. 가끔 선발도 겸업했던 김태훈은 정규시즌에서도 7회쯤 마운드에 올랐다. SK는 산체스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마무리로 시험 등판시켰지만 9회 4안타 3실점을 허용해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결국 신재웅이 포스트시즌 마무리 자리를 맡았으나 플레이오프 5차전 9회초 박병호에게 동점포를 허용하는 등 불안을 지우지 못했다.
가장 감이 좋은 투수를 가장 익숙한 자리에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것이 SK에게는 잘 먹혀 들어갔다. 김태훈은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역전을 허용하긴 했지만 시리즈 4경기에서 7.2이닝을 던지는 동안 1점만 내줬다. 산체스는 4차전 정수빈에게 역전 결승 투런포를 맞았지만 1차전에서 5회 등판해 1.2이닝을, 5차전에서 6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각각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에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5차전까지도 정규시즌과 비슷하게 투수 기용을 가져갔다. 함덕주는 마지막에 대기했다. 4차전에서 2이닝을 던진 것 정도가 변칙적으로 보였지만 정규시즌 승부처에서도 가끔 볼 수 있던 광경이었다. 5차전 7회말 1-1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서도 함덕주가 아닌 이영하를 마운드에 올렸다. 전날 2이닝을 던진 함덕주는 가능하면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두산은 벼랑 끝에 몰린 6차전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7회 1사1루 상황에서 함덕주를 평소보다 일찍 올렸다. 함덕주는 1.2이닝 동안 2안타 2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이 8회말 4-3 역전에 성공하며 두산의 승부수가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승리는 SK에게로 돌아갔다. 두산이 9회 야심차게 등판시킨 조쉬 린드블럼이 최정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으며 두산의 수는 꼬였다. SK는 김태훈과 산체스를 일찍 냈지만 정영일이 한국시리즈 5경기 6이닝 무실점 깜짝 활약을 하면서 빈 틈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은 김강률이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진 빈 자리를 끝내 메우지 못했다. 여기에 6차전 조기 투입된 함덕주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좀 더 과감하고 유연한 불펜 운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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