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13일 오전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에서 FA 이지영 선수와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최대 6억원(3년 기준) 등 총액 1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2020시즌을 앞둔 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제일 먼저 계약 소식을 알린 것은 예상과 달리 이지영(33·키움)이었다. 포수에 대한 가치가 높고 포수가 필요한 팀도 있었지만, 선수의 강한 잔류 의사가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었다.

키움 구단은 13일 “이지영과 계약기간 3년, 최대 총액 1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3억원에 연봉은 3억원, 옵션 최대 총액은 6억원이다. 이지영은 올 시즌 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키움으로 팀을 옮긴 뒤 박동원과 번갈아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고, 그 와중에도 정규시즌 106경기에서 타율 0.282, 39타점을 기록하고 젊은 투수진을 잘 이끌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신이 됐다.

시즌 후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또 다른 주전급 포수 박동원이 공존하는 키움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필요한 구단도 있었다. 좋은 조건을 충분히 기다리다 계약하는 상황도 가늠해볼만 했다.

그러나 이지영은 FA 협상 초기부터 키움 잔류 의사를 강하게 밝혀왔다고 한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때, 이지영이 ‘자신을 잡아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때만 해도 그게 진심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FA 협상 초반 선수 본인을 만났을 때 그가 ‘키움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전했다”고 말했다. 이지영이 잔류 의사를 굳힌 요인 중 하나는 가족이었다.

프로 생활은 대구 연고팀 삼성에서 시작했지만 이지영은 초-중-고를 모두 인천에서 다녔다. 그의 부모도 인천에 살고 있고 아내도 인천 출신이라 서울 팀에서 뛰는 이지영의 생활을 만족했으며, 이지영도 FA 자격을 앞두고 이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키움이 협상 초반 계약 가능한 금액 최대치를 제시했고, 이를 상회하는 금액을 다른 구단에서 제시받지 못하자 이지영은 속전속결로 도장을 찍었다.

이지영이 남으면서 키움은 전력 누수를 최소화해 다음 시즌 대권에 다시 한 번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공격과 수비, 투수 리드가 고루 빼어난 두 명의 포수를 보유한 것은 키움의 강점 중 하나였다. 이지영은 삼성 시절 수차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큰 경기 경험을 쌓았고, 박동원이 부상 탓에 포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올해 포스트시즌 타율 0.333(33타수 11안타)를 기록하는 등 그 강점을 증명해냈다. 젊은 투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키움 마운드에도 이지영의 잔류는 반가운 소식이다.

키움은 또 다른 FA인 오주원과의 협상도 일찍이 마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지영과의 협상 때문에 오주원과의 협상이 조금 늦게 시작됐을뿐, 오주원도 팀 잔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