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의장(왼쪽)과 임은주 부사장.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 조사는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몫이 됐으나 키움 히어로즈 구단 안팎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구단을 정상화하겠다며 영입된 인물들이 벌이는 진실공방이 파열음을 내며 현재진행중인 탓이다. .

지난달 말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키움 구단은 9월말부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은 “임은주 부사장이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있다며 제보를 해왔으며, 임 부사장 역시 옥중경영에 참여했다는 또 다른 제보를 받아 구단이 임 부사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론전은 키움이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을 결정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지난 6일쯤 불거졌다. 이틀 전 손혁 감독 선임 사실을 밝히고도 장 감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던 키움 구단이 “장 감독이 옥중경영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는 이유를 뒤늦게 댔다.

직무정지 후 침묵하던 임 부사장이 언론을 통해 입을 열었다. 임 부사장은 “구단에 알린 녹취 내용에 장 감독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했지만 구단은 “녹취와 관계없이 임 부사장이 알린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 관계를 일부 확인했다”며 맞섰다. 다음날 장 감독이 구단 담당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알린 내용도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장 감독은 “시즌 도중 이 전 대표 면회를 간 것은 맞고 재계약을 언급한 것도 맞지만 인사치레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를 접견했다는 사실만으로 장 감독에게 ‘옥중경영’ 프레임을 씌운 것이 과하다는 의견과, 접견 자체가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게 됐다.

임 부사장은 이후 “하송 감사위원장을 신임 대표로 정한 임시 이사회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열렸고 문자 한통으로 직무정지를 알렸다”는 말과 “구단 감사위원회에 ‘박준상 대표의 고액 연봉 등이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게 아니냐’고 알렸더니 하 위원장은 ‘배임 행위가 재판에 넘겨질 경우 임 부사장도 책임을 져야 하고, 메인 스폰서와의 계약에 따라 위약금 50억원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는 말도 남겼다. 하송 신임 대표와 그의 측근인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이 구단 내 문제를 제기하려는 자신을 막으려 했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키움 구단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추가로 내놓지 않았다.

서로가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진실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재 구단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허 의장 측과 임 부사장 측 중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구단의 경영진으로, 올 시즌 내내 소문이 무성했던 ‘옥중경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 누구의 말도 선뜻 믿기 어렵다. 구단이 ‘9월말에서야 제보를 받고 옥중경영에 대한 정황증거를 파악했다’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임 부사장의 발언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점도 의문스럽다.

공교롭게 허 의장은 지난해 12월, 임 부사장은 올해 1월 히어로즈 구단 경영 정상화의 일환으로 영입된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실관계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게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을 하며 되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옥중경영 관련 KBO의 조사 결과가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든, 히어로즈 구단의 정상화가 요원해 보이는 이유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