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이긴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한국시리즈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넥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됐을까. 한국시리즈 조기 진출도 가능할 것 같았던 SK는 3·4차전을 모두 내줘 ‘리버스 스윕’ 위기에 몰렸다.
단기전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이 남은 경기를 다 이겨 시리즈를 따내는 리버스 스윕. 5년전 당해본 적이 있는 넥센은 2일 문학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짜릿한 시리즈 역전을 꿈꾸게 됐고, SK는 역전의 굴욕을 모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과거 기록을 보면 넥센이 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의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 5전3선승제 시리즈 중 한 팀이 먼저 2연승한 뒤 상대방이 2연승으로 되갚아 5차전까지 끌고간 경우는 총 6번 있었다. 이 중 1·2차전을 이긴 팀이 2연패 후 마지막 5차전을 잡은 경기는 두번 있었다. 1993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LG를 꺾은 것이 처음이었고, 1997년 플레이오프 때는 거꾸로 LG가 삼성에 2승-2패-1승순으로 이겼다.
나머지 4번의 시리즈에선 리버스 스윕이 벌어졌다. 1996년 현대가 쌍방울에 2연패 뒤 3연승 한 것이 최초였다. 이어 2009년에는 SK가 두산에 2패 후 3승을 거둬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이후 두 차례의 리버스 스윕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있었다. 2010년 롯데, 2013년 넥센이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다. 승리팀은 모두 두산이었다.
흐름과 기세를 얼마나 잘 타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포스트시즌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연패 후 연승을 달린 팀이 5차전에서 좋은 경기에서 경기를 치를 공산이 크다. 반면 연승 후 연패를 당한 팀은 쫓기는 입장에서 여유를 잃고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지키는 팀보다 역전을 노리는 팀이 과거 좋은 결과를 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두 팀의 공-수가 뒤바뀌었다. 5년 전 두산에 리버스 스윕을 당했던 넥센이 역전을 노리는 입장이 됐고, 9년 전 두산을 상대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던 SK는 어떻게든 역전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과거 기록이 SK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2연승 뒤 2연패’ 형태로 진행된 6번의 시리즈에서 5번은 정규시즌 상위팀이 모두 이겼다. 바꿔 말하면 5차전 홈팀이 이긴 경우가 6번 중 5번이란 얘기다. 넥센이 와일드카드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안우진과 불펜 필승조를 적잖이 소모했다는 점은 SK에 유리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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