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용찬(왼쪽)과 SK 박종훈. 이석우 기자

두산 이용찬(왼쪽)과 SK 박종훈. 이석우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폐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숨돌릴 틈 없이 소속팀에 복귀해 시즌을 치렀다. 모두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받아 좋은 성적을 내길 원했지만 투수들은 아시안게임 이후 한 달간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두산의 이용찬과 SK 박종훈은 복귀 후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시안게임 후 각각 5경기에 나와 4승씩을 따냈다. 승수만 많은 게 아니다.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이 이용찬은 3.38, 박종훈은 3.14로 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면 수준급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이용찬이 1.16, 박종훈이 1.19로 좋다.

둘의 활약은 팀에게도 천금 같았다. 이용찬은 중요한 순간 영양가 만점의 승리를 거푸 따냈다. 지난달 25일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결정된 잠실 넥센전에 선발승을 거뒀고,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는 9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완투승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KBO리그 9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올랐다. 박종훈은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두 차례 6이닝 무실점, 한 차례 6.2이닝 1실점 호투로 SK가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도 “박종훈이 한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선발 자원으로 아시안게임에 뽑혔던 다른 투수들의 성적은 대조적이다. 임찬규는 9월 이후 성적이 1승2패, 평균자책점 8.51에 WHIP는 1.93에 이른다. LG가 하락세를 탈 때 연패를 끊는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KIA 양현종은 9월 이후 2승2패 평균자책점 6.26이다. 아시안게임 복귀 직후 2연승을 달리다 최근 3경기에서 연이어 부진했다.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투구 도중 옆구리에 통증을 느껴 3이닝 만에 강판당하며 포스트시즌 막차를 노리는 KIA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임기영은 아시안게임 직후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달 26일 수원 KT전에서 1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이 7.85에 달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불펜 요원들의 희비도 크게 엇갈린다. 삼성 출신 투수 2명의 모습이 극명하게 갈린다. 최충연은 아시안게임 후 특급 구원투수로 업그레이드됐다. 10경기에서 5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1.23, WHIP는 0.41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도 나섰던 장필준은 11경기 평균자책점이 7.94에 이른다. 아시안게임 전 유력한 5강 후보였던 삼성이 자력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린 데는 투수들의 부침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두산 마무리 함덕주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아시안게임 후 등판한 10경기 중 두 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각각 3점(지난달 4일 잠실 KIA전), 2점(18일 고척 넥센전)을 내줬다. 함덕주의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8.22에 달하지만, 두 경기를 빼면 1.64로 크게 줄어든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