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툴 마지막 후보지만, 롯데는 매일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경쟁자인 KIA와 같은 날 패한다고 해도 5강 진출 가능성이 떨어지는 쪽은 롯데다.

가파른 벼랑 끝에 섰기에 절박함이 더 컸던 것일까. 롯데는 지난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전에서 9회 1사까지 2점 차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었다. 4-6으로 리드당한 가운데 대타 정훈의 추격의 솔로포, 이어진 1사 1·2루에서 터진 전준우의 동점타로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이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역전 솔로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이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역전 솔로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선발 김원중이 2이닝 만에 무너지자 롯데는 필승조에 마무리까지 투수 10명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 절박함의 의미를 아는 채태인이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기는 짜릿한 역전 결승 솔로포를 터뜨렸다. 8-6으로 앞선 10회말 수비 때는 1사 1·2루 위기에서 1·2루간을 통과할 것 같던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 처리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4시간29분의 혈투를 승리로 장식한 뒤 채태인은 “선수단 모두의 목표가 5강에 들어가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시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채태인도 절박함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터.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권리를 행사했지만 찾는 팀이 없어 오랜 시간 ‘FA 미아’로 지냈다. 은퇴까지 고려할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가운데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고향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서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팀이 5강 탈락 위기에 몰렸다. 자신의 합류가 팀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고, 중요한 순간 활약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나온 넥센 제리 샌즈의 연타석 홈런포도 개인이 느끼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2홈런 4타점 활약으로 이날 넥센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샌즈는 경기 후 “한국에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며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추세라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잘 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샌즈는 지난 8월 연봉 9만달러에 넥센과 계약했다. 그가 뛸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남짓이란 점을 감안해도 계약 규모가 작았다. 그럼에도 기회가 절실했기에 한국행을 택했다. 5강 진출 싸움을 벌이던 넥센도 한 방을 날려줄 외국인 타자가 간절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고, 샌즈는 팀의 마운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5경기에서 7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해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안겼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한화의 한용덕 감독도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절실한 마음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화는 절실함을 바탕에 둔 선수들의 활약으로 가을 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5강에 들기 위한 싸움, 그리고 상·하위권에서 마지막까지 진행 중인 순위 싸움은 어쩌면 실력보다 절실함의 크기에 따라 성패가 갈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