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3년차. 대주자나 대수비로 오랜 시간 프로에서 살아남았지만 그 때문에 유재신(31·KIA)이 주인공인 날은 자주 오지 않았다.
주전의 기회도 잘 없었고, 가끔 돌아오는 때도 그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KIA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벌이는 일전에서,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기회에서 유재신이 일을 냈다. 프로 데뷔 13년차에 쏜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그것도 ‘에이스’ 김광현에게서 뽑아내 결승점을 올렸다.
KIA는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전에서 유재신의 만루홈런 포함 3홈런에 힘입어 SK를 7-3으로 꺾었다.
한승혁을 내세운 KIA보다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낸 SK에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KIA는 김광현이 경기 초반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았다. 볼넷 2개와 안타 하나로 만든 무사 만루. 타석에는 유재신이 들어섰다. 유재신은 김광현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을 만든 뒤 4구째 132㎞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살짝 넘겼고, KIA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4-0으로 앞섰다. 데뷔 13년차 유재신의 프로 첫 홈런이었다.
이후 나지완이 솔로 홈런을 추가하며 KIA는 5-0으로 달아났고, SK는 김광현을 2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렸다. 이후 SK의 추격이 멈추지 않았지만 KIA는 3회초 김주찬, 7회초 최형우가 솔로 홈런 하나씩을 추가하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KIA는 선발 한승혁이 2.2이닝만에 물러났지만 김윤동, 임기준 등 필승조에 마무리 윤석민까지 투입해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KIA가 리드를 뺏기지 않은 채 경기가 끝났고 유재신의 홈런은 결승포가 됐다.
이 홈런은 유재신의 시즌 1호이자 통산 첫 홈런이었다. 자신의 첫 홈런을 만루포로, 그것도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를 상대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경쟁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기록했다.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것은 유재신이 18번째다.
유재신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금은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에 2006년 입단한 뒤 대주자·대수비요원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지만 그간 1군에서 홈런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주전 외야수 이명기가 전날 대구 삼성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프로생활 13년차만의 첫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 후 유재신은 “발이 빠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을 방망이에 맞추기만 하면 병살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삼진을 당하지 않고 어떻게는 공을 배트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구를 보면서도 뜬공 아웃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홈런을 친 뒤에도 아무런 생각이 안났다”며 “다들 프로 첫 홈런을 축하한다고 많이 때려서 아직도 아프다”고 했다.
이명기가 부상을 당해 출전 기회가 늘어날테지만 유재신은 “타격이 빼어난 선수는 아니기에 주전 자리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수비에서만 실수를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며 “나는 팀의 득점 찬스에서 대타로 교체될 수도 있지만 빈 자리를 메우는 게 내 임무라 생각한다. 팀이 이기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자리에 올랐지만 유재신은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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