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피해 ‘대출 우회로’ 우려
공공기관의 직원 대상 주택자금 대출액이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보다 낮은 금리에 제공되는 직원 대상 대출이 공공기관 직원들의 대출 우회로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기관 75곳이 직원들에게 주택 구입·임차 명목으로 대여해준 돈은 총 9138억5000만원이다. 공공기관 직원 총 1만4300여명이 평균 6370만원을 주택자금 명목으로 사내에서 빌렸다.
대출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총액은 2016년 1722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2752억1000만원으로, 직원 수는 3004명에서 4001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1인당 평균 대출액도 같은 기간 5735만원에서 6879만원으로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사내 주택자금 대출 규정은 각 기관별로 상이하다. 자금 재원은 퇴직충당금, 사내 기금 및 예산이며 보통 사내 무주택 직원들이 대상자다. 지방 근무가 많은 대형 기관의 경우 ‘비연고지 근무자’ 등으로 자격요건을 구체화한 곳도 있지만 ‘일정 기간 근무한 무주택 직원’ 등으로 간소화한 곳도 있다.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금리는 평균 연 2.8~3.4%인 데 비해 공공기관 사내 대출 프로그램 133개 중 고정금리가 연 2.5% 이하인 것은 74개, 연 2.0% 이하인 것은 43개에 달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공기관들이 대출 관련 정책 기조를 따라주길 바라지만 기관 자율에 맡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도 공공기관 직원들이 시중 금융기관이 받는 규제를 피해 수천만원을 마련하는 우회로로 사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정성호 의원은 “공공기관 사내 대출이 국민 정서와 정부 정책에 반하는 특혜로 비춰진다면 사회 통념상 타당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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