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오전 1시40분. 서울 광진구 한 도로변에 이틀 전 산 중고 제네시스를 주차해뒀던 ㄱ씨의 눈 앞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ㄱ씨의 차 운전석에 처음 보는 남성이 타 있었다. 그가 시동을 걸고 차를 몰려고 하자, ㄱ씨는 차 앞 보닛위에 올라탔다. 그러나 ‘차 도둑’은 개의치 않고 ㄱ씨를 보닛 위에 태운 채 도로를 달렸다. 왕복 총 4차로를 600m쯤 달리자 ㄱ씨의 몸도 차량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도로로 내동댕이쳐졌다. 아스팔트 위에서 몇 바퀴를 구른 ㄱ씨는 온 몸에 찰과상을 입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차 도둑을 찾아낼 새도 없이 ㄱ씨는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런데 ㄱ씨는 또다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이틀 전 차를 팔았던 사람들이 병원에 나타난 것이다. ‘인천에서 차를 팔았던 사람들이 내가 입원한 서울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으로 시작된 수사는 차를 판 사람들이 차 도둑과 공범이었다는 결론을 내며 끝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ㄱ씨에게 차를 수백만원에 팔았다가 이를 다시 빼앗으려 한 혐의(특수절도)로 ㄴ씨(32)를, ㄱ씨가 보닛에 올라탔는데도 차를 몰아 달아난 혐의(강도상해)로 황모씨(22)를 각각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범행을 모의한 ㄴ씨의 아내(25)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ㄴ씨는 자신에게 빚을 진 사람이 담보물로 맡긴 제네시스 차량을 지난달 7일 ㄱ씨에게 팔았다. ㄱ씨가 그날 ㄴ씨에게 건넨 돈은 800만원. 추가로 치러야 할 돈이 있었지만 그 액수가 많지 않아 ㄱ씨는 시세보다 싸게 차를 산 셈이었다. 그러나 ㄱ씨는 차에 위치추적기가 달려있던 사실은 알지 못했다.
ㄴ씨는 이틀 뒤 미리 달아놓은 위치추적기로 차의 위치를 알아냈다. ㄴ씨는 알고 지내던 황씨와 함께 차가 주차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는 황씨에게 미리 복제해둔 스마트키로 문을 열어 차를 다시 훔쳐오라고 시켰다. 차는 다시 돌려받고 미리 받아낸 800만원을 챙길 심산이었던 것이다. 황씨는 ㄱ씨가 도로 위로 구르자 차를 근처에 세워두고 도망쳤다.
경찰 관계자는 “ㄴ씨는 자신이 빚을 갚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ㄱ씨가 미처 차량 소유자 명의를 이전하지 않았으면 해당 차가 ‘대포차’가 되고, 그에 따라 ㄱ씨가 경찰에 사고를 신고하지 않을 줄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명의 이전을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법으로 정해져있고, 구매한지 이틀만에 명의를 이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차를 ‘대포차’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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