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13개. 지난 22일까지 치러진 KBO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수와 실책수다.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는 수비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수비 실책 하나가 경기의 승부를 가르고 시리즈 전체 판도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책은 시리즈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1986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나온 1루수 빌 버크너의 실책은 ‘밤비노의 저주’와 엮여 꽤 오랫동안 회자됐다. 보스턴이 3승2패로 앞선 6차전 연장 10회말 수비 때 버크너는 자신 앞의 땅볼 타구를 다리 사이로 흘려 뉴욕 메츠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보스턴은 7차전도 져 6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기회를 날렸다.
문제는 올해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나온 실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720경기에서 994개의 실책이 나왔다. 경기당 1.38개 꼴이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 3경기까지 총 4경기에서 나온 경기당 실책은 3개가 넘는다.
한 팀이 네 차례 실책을 범한 경기가 벌써 두번 나왔다. 지난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KIA가 5회말 수비 때만 실책 3개를 범하는 등 와일드카드전 한 경기 최다 실책(4개) 기록을 새로 썼다. 5회에만 5점을 내주며 경기 흐름을 넥센에 넘겨줬다.
상대 수비 실책의 덕을 본 넥센은 지난 19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준PO 1차전에서 실책을 4개 범했다. 한 경기 최다 실책 준PO 타이기록이었다. 2차전에서도 실책 퍼레이드는 계속돼 넥센이 1개, 한화가 2개씩 실책을 범했다. 한화는 3차전에서도 실책 2개로 힘든 경기를 벌였다. 6회말 1사 1루에서 투수 이태양이 병살타로 처리할 수 있던 타구를 악송구하는 바람에 3-2로 뒤지던 넥센이 찬스를 이어가 동점을 만들었다. 넥센의 방망이가 6회말 더 터졌더라면, 김태균의 9회초 결승 1타점 적시 2루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태양의 실책에 승부가 결정날 뻔했다. 준PO가 넥센의 3연승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많은 실책은 팀의 승패에도 영향을 주지만 경기의 질도 떨어뜨린다. 정규리그 상위 팀들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두고 벌이는 진검승부에서 수준 낮은 모습을 수차례 연출하는 건 정규시즌보다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표를 사서 관전하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다. 실책은 경기시간이 늘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22일까지 치러진 포스트시즌 4경기는 모두 정규이닝(9회)에 끝났는데도 3시간40분이 넘게 걸렸다. 지난 20일 2차전은 준PO 정규이닝 최장 시간 경기 기록(종전 2010년 준PO 4차전 두산-롯데전·4시간15분)을 무려 13분이나 넘겼다.
11월 열리는 한국시리즈는 추운 날씨 속에서 치러질 확률이 높다. 추위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이 더 많은 실책을 범할 수도 있다. 실책 줄이기가 팀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 흥행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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