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SK의 격은 2000년대 말 이뤘던 왕조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2015년과 지난해 각각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로 포스트시즌을 마쳤던 게 최근 SK 가을야구 기록의 전부다.
오는 27일 시작하는 2018 KBO리그 플레이오프는 SK가 6년 만에 치르는 플레이오프다. 6년이 흐른 동안 SK 왕조의 주역들도 조금씩 모습을 감췄다. 당시 베테랑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난해 박재상에 이어 포스트시즌 공수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가을동화’라 불렸던 조동화도 올해 은퇴했다. 다만 SK의 ‘가을 DNA’를 선수단에 전수할 이들은 아직 남아 있다. 이들이 선 자리는 SK의 빈 자리이기도 하다.
외야엔 김강민이 있다. 서른 여섯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올 시즌 치른 80경기를 대부분 중견수로 뛰었다. 1번이나 중심타순보다는 하위 타순에 주로 배치됐지만 3할에 가까운 시즌 타율(0.298)에 최근 네 시즌 동안 가장 많은 홈런(14개)을 치며 부활을 알렸다. 9월 이후 타율도 3할5리로 나쁘지 않았다. 통산 플레이오프 타율도 2할9푼4리(51타수 15안타)다.
김강민의 활약이 더 필요한 건 올 시즌 SK 부동의 1번으로 거듭난 노수광의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노수광은 이달 초 손가락에 핀을 박는 수술을 했고 4주 뒤 핀을 풀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노수광의 출전 의지는 강하다고 하지만, 출전이 불발되면 김강민이 외야 수비와 공격에서 노수광의 몫을 나눠맡아야 한다. 김강민은 정규시즌 마지막주 주로 1번 타순에서 뛰며 포스트시즌 리드오프로 나설 준비를 마쳤다.
내야에선 나주환과 최정의 역할이 크다. 2000년대 말 SK 왕조 시절 둘은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돼 3루수(최정)와 유격수(나주환)를 맡았다. 최정은 큰 경기 경험도 많은 데다 2008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활약한 좋은 기억이 있다. 올 시즌 상황에 따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 나주환은 작전에 따른 선수교체가 많아지는 포스트시즌에 활용가치가 높아진다.
최정은 올 시즌 초반 압도적인 페이스로 홈런왕을 노렸지만 여름들어 부상과 부진이 겹쳐 큰 아쉬움을 남겼다. 홈런 7위(35개)에 올랐지만 타율(0.244)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2명 중 가장 낮았다. 플레이오프는 불명예를 씻고 일발 장타를 선보일 무대다. 최정과 나주환은 SK 내야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특명도 함께 안았다. SK의 팀 실책은 롯데(117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16개였다. 나주환과 최정의 실책수는 팀내 최다인 11개였다. 실책 하나가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단기전에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 선수가 압박감을 벗고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실책 후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도 경험많은 두 선수가 이번 가을 해야 할 역할이다.
10승 투수 3명(박종훈-메릴 켈리-김광현)이 포진한 선발진에 비해 약한 불펜진에서는 채병용의 활약 여부가 관심사다. 채병용은 현재 SK에서 뛰고 있는 투수들 중 가장 많은 18차례 포스트시즌 등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면서도 포스트시즌마다 제 역할을 해준 채병용은 시즌 막판 유독 불안했던 SK 불펜에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 내야수 박정권은 올 시즌 활약이 부진해 플레이오프 엔트리 합류 여부를 알 수 없지만, 포스트시즌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SK가 깜짝 카드로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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