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서도 꽤 오래 조용히 싸늘한 한파만 불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한화 출신 FA들이 파문을 일으켰다. 이용규(34)와 송광민(35)이 최근 한 방송 뉴스 인터뷰를 통해 계약기간의 차이로 협상에 난항을 겪는 상황을 밝히고 현행 FA 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 것이다. 팬들의 반응은 선수들의 발언보다 훨씬 날이 서 있었다. 두 선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해당 보도에서 두 선수가 직접 말한 대목만 편집돼 나가기에 이르렀다.
지난 시즌에도 있던 일이긴 했지만 둘 입장에서는 한껏 싸늘해진 FA 시장이 어색할만도 하다. 과거 협상이 어그러져 새 팀을 찾지 못한 FA 미아나 원 소속팀과 시세보다 낮은 값에 계약한 FA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겨울처럼 FA 시장 전반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친 적은 없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소위 ‘S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뿐 아니라 그 아래 등급 선수들도 어렵지 않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곤 했는데 이번 오프시즌에는 새해 들어서도 FA 권리를 행사하는 15명 중 4명만이 계약을 완료했다.
둘이 억울함을 느낄 수는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용규가 지난해 기록한 타격 부문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1.84로 타자들 중 3위였다. 134경기에 출전하며 도루 4위(30개)에 올랐고 주전급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출루율(0.379)을 기록하며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해냈다. 송광민은 타격 WAR이 팀 내 5위(1.58)로 3루와 1루를 오가며 18홈런·79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 한용덕 감독과의 불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지만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다시 엔트리에 들었다.
그러나 두 선수의 기여도를 리그 전체 야수들과 비교해 보면 평가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팀 내 타자들 중 최고 타격 WAR을 기록한 제라드 호잉(3.72)의 경우 리그 타자들 중 순위가 21위다. 호잉 외에 50위권에 들어가는 선수가 없고, 팀 내 2위 이성열(1.87)이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수준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가 있었으니 팀이 지난해 가을야구를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구단은 “이 정도의 기여도면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 베테랑 중심으로 타선을 꾸리면서도 정은원 등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했다. 지난해 예상 밖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지만 한 감독이 부임할 때 ‘육성’을 팀의 기조로 삼았다. 당분간 이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베테랑 FA들은 꽤나 큰 괴리감을 느낀 채 겨우내 협상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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