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이 대조 속에 조화를 이뤘다. 선발에는 두 외국인과 이용찬·유희관 등 베테랑들이 버틴 반면 불펜에는 젊은 피들이 포진했다. 불펜에서 김승회, 김강률 등 베테랑들의 역할 또한 컸지만 마무리 함덕주, 필승조 박치국 등 요직을 맡은 젊은 투수들도 많았다.
독주 체제를 갖추기 전인 지난 시즌 초반 두산은 함덕주, 박치국 외에도 고졸 신인 곽빈, 2년차 이영하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이따금씩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젊은 투수들은 점차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함덕주는 풀타임 마무리로 보내는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박치국과 함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영하는 선발로 전환해 10승을 거두며 차세대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주전 포수 양의지 덕분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양의지는 지난해 타율 1위에 도전할 수 있었을 정도로 타격도 매서웠지만 수비와 투수 리드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뽐냈다. 리그 포수 중 세번째로 많은 이닝(861.2이닝)을 수비하면서도 주전급 포수들 중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37.8%)을 기록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처럼 허를 찌르는 리드로 투수들의 성적을 끌어올렸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양의지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두산 투수들의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4.67이었다. 주전급 포수들 중에서는 이재원(SK·4.55) 다음 가는 기록이었고, 같은 팀 백업포수였던 박세혁(5.13)보다 좋았다.
양의지의 존재는 지난해 두산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올해 두산은 양의지의 부재라는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양의지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125억원 계약으로 NC로 팀을 옮긴 탓이다. 두산은 수준급 타자이자 포수였던 양의지를 잃으면서, 지금까지 ‘양의지 효과’를 누렸던 젊은 투수들이 새 시즌에도 전만큼 활약할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어렵게 됐다.
베테랑 투수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곤 하지만 젊은 투수들은 고비를 만나면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투수가 스스로 경험을 쌓는데는 시간적 한계가 있기에 벤치와 포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양의지는 벤치의 사인보다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경험을 숱하게 했다.
두산의 벤치와 박세혁과 장승현, 이흥련 등 포수진들이 이 간극을 얼마나 메우느냐에 따라 두산의 성적이 갈릴 수 있다. 일단 새 주전 포수로 뛸 것이 유력한 박세혁은 일본의 명포수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의 개인훈련에 동참해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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