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신인왕 KT 강백호는 가장 좋아하는 다른 팀 선배로 두산의 최주환을 꼽았다. 프로 데뷔 전부터 최주환의 스윙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올스타전에 함께 출전했던 최주환이 먼저 다가와 얘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졌다고 했다.
프로선수로서의 이런저런 조언을 선뜻 건넨 최주환이 강백호에게는 고마운 존재였을 터. 그러나 사실 최주환에게도 강백호가 변화를 이끌어 준 ‘은인’이었다. 스윙이 인상적이지만 기회가 없어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던 최주환이 3할-20홈런 타자로 거듭난 데는 강백호의 풀스윙도 기여한 바가 컸다.
최주환이 지난 시즌 눈에 띄는 성적 변화를 이뤄내기 전 많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겨우내 허리와 배 등 코어 근육 강화에 힘쓴 한편 유연성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갖다 맞히는 데 급급한 스윙을 버리고 장타를 칠 수 있는 과감한 스윙을 갖췄다.
스윙을 바꾸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테지만, 프로 데뷔 무대에서 기죽지 않고 힘껏 스윙하던 강백호가 최주환에게 영감을 줬다고 한다. 지난해 두산의 수석코치로 최주환과 함께 했고 올해는 강백호의 소속팀 KT를 이끌게 된 이강철 신임 감독은 지난 7일 ‘스포츠경향’과 만나 “최주환이 시즌 막바지에야 자신의 성적향상 비결 중 하나가 ‘신인 강백호의 풀스윙이었다’고 털어놓더라”며 후일담을 전했다.
투수 출신 이 감독에게도 최주환의 성적 향상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기 전부터 ‘스윙 하나는 괜찮지만 성적은 안 나온 타자’로 최주환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KIA에서 투수코치로 있을 때 최주환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였다”며 “낮은 공을 잘 때린다 싶어 투수들에게 높은 공을 던지게 하면 금방 스윙궤적을 바꿔 공을 갖다 맞혔다. 그래서 바깥쪽 승부를 지시하면 그걸 또 맞혀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당시에도 최주환의 스윙은 현장에서 최고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비력 탓에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에서 입지를 굳건히 다지지 못했다. 갖다 맞히기에 급급한 스윙을 한 탓도 있었는데, 최주환은 프로 첫 해부터 씩씩하게 배트를 돌리는 강백호를 보며 더 과감한 스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 때의 새로운 다짐은 여러 변화들과 조화를 이뤘고 최주환은 ‘괜찮은 백업 선수’에서 두산의 중심타자가 됐다. 그런 최주환이 올스타전에서 먼저 강백호를 찾아간 것은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준 데 대한 일종의 감사표현이었던 셈이다. 출신지도, 연배도, 포지션도 다른 두 선·후배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존경을 표했고, 리그에서도 인정받을만한 타자로 함께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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