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 지도한 브루노 마콧 코치

[평창 G-15]“북한팀, 취미로 스케이트 즐기는 캐나다인들 보며 놀라”

“얼음판 위에서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살아야 할 집, 교통편, 휴대폰까지…. 구하는 게 다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인 피겨스케이팅 코치 브루노 마콧(사진)의 회상이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약 두 달간 북한의 피겨스케이팅페어 렴대옥(19)-김주식(26) 조를 가르쳤다. 야후스포츠는 23일(현지시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렴대옥-김주식 조를 잘 아는 ‘몇 안되는 사람’이라며 마콧 코치가 소개한 훈련 뒷얘기를 전했다.

캐나다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페어 선수 출신의 마콧 코치는 지난해 2월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렴대옥-김주식 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렴-김 조는 당시 동메달을 땄다. “원래 새로운 피겨 조가 나오면 호기심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게 북한 선수들이라니 더욱 눈길이 갔고요.” 마콧은 아시안게임에서 둘의 실력이 향상된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통역과 함께 찾아가 직접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둘의 캐나다 훈련이 성사된 것은 그 다음달이었다. 지난해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렴-김 조가 이번엔 마콧을 찾아갔다. 렴-김 조는 마콧에 지도를 부탁했고 마콧은 “지도자로서 더 젊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데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북한 피겨 페어 렴대옥(위)-김주식 조가 24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8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타이베이 | AP연합뉴스

북한 피겨 페어 렴대옥(위)-김주식 조가 24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8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타이베이 | AP연합뉴스


북한 국적자이지만 렴-김 조는 국제대회에 자주 나섰기에 비자를 받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주거지와 교통수단이었다. 마콧은 “둘이 운전면허증도 없고, 그렇다고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둘에게 대중교통을 타라고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여름철 몬트리올에서 집을 싼값에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캐나다 유심(USIM) 카드는 그들의 전화와 호환되지 않았다.

간신히 아파트를 구했고, 매일 둘을 연습장까지 데려다줄 사람과 차량도 얻었다. 그래서 훈련은 무사히 성사됐지만 마콧은 둘 옆에서 가끔씩 ‘문화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길을 걷다 노숙인을 본 렴-김 조는 코치에게 “저 사람들은 왜 일터에 안 가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또 둘은 많은 캐나다인들이 스케이트를 취미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흥미로워했다. 렴-김 조는 그동안 ‘훈련’으로만 스케이트를 타왔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운 환경에서 누린 것도 있었다. 마콧은 “렴-김은 훈련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주로 쇼핑을 즐겼다”며 “그들이 어떤 물건들을 사는지 쇼핑백을 지켜보곤 했다”고 했다. 정치적 이야기는 피했다. 마콧은 “나와 둘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 때문에 함께 만났을 뿐”이라며 “그들에게 (정치적)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콧은 렴-김 조에게 질타보다는 칭찬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만큼 성과도 좋았다. 렴-김 조는 캐나다에서 비틀스 노래에 맞춘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배웠는데, 평창에서 이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마콧은 갑작스레 이뤄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북한 제자들을 격려했다. “나에게서 두 달간 받은 훈련이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받게 돼 한창 부담스러울 텐데, 둘이 가진 잠재력을 평창에서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