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30·키움)은 어느 순간부터 교수로 불렸다. 2014년 시즌 최다 안타(201개) 기록을 새로 쓰면서 팬들이 응원의 존칭을 붙였다. 실험정신도 교수 못지 않다. 적잖은 변화 끝에 신기록을 안겨준 타격폼을 찾았는데도 이듬해 다시 타격폼을 바꾸는 실험을 감행했다.

키움 서건창. 이석우 기자

키움 서건창. 이석우 기자

올 시즌은 서건창에게 여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때다. 지난해 시즌 초반 파울타구에 종아리를 맞은 뒤 곧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130일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시즌 37경기를 뛰며 타율 3할4푼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4할을 쳤지만 부상의 여파 탓에 2루 수비는 하지 못했다. 같은 우투좌타 내야수인 후배 송성문과 김혜성이 서건창 대신 2루수 자리를 잘 메웠지만 서건창 개인에겐 편치많은 않았을 터다.

몸담은 팀이 ‘키움 히어로즈’라는 새 이름으로 공식 출범한 지난 15일, 출범식에 대표 선수로 참석한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또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번 손을 본 타격폼처럼 눈으로 쉽게 보이는 변화는 아니지만, 서건창은 “이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할 때는 ‘무게’에 집중했다면, 이번 겨울에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몸을 만들기 위한 트레이닝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유연성도 향상시키고 근력도 함께 키우면서, 한가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신체 능력 여러 측면을 고루 발전시킬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상당하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번 실험에 담긴 듯 했다. 서건창은 지난해 말고도 2015년 십자인대 부상으로 몇달간 쉬었다. 결장 기간이 지난해에 비해 길지 않았지만 그 당시 입은 부상 탓에 수비 능력이 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더 이상의 부상을 피하고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서건창의 목표다.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힘과 유연성을 함께 키우고 유려한 움직임도 만들어야한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 같다. 두산 최주환은 파워만큼이나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지난해 그 덕을 봐 생애 첫 20홈런 고지(26홈런)에 올랐다. 서건창은 “몸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더 발전된 방법들이 나오고 있더라”며 “움직임이 자연스레 좋아질 수 있게끔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다리 상태도 많이 좋아져서 2루수비도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포지션도 병행해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만큼 ‘붙박이 2루수’로 뛰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팀에게 우승을 안겨야겠다는 열망은 변하지 않았다. 서건창은 “그동안 저와 우리 팀이 가능성을 수차례 보였다면 이제는 좋은 결과를 낼 때가 된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