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NFL 동시 1R 지명 노리는 ‘한국계 만능 스포츠맨’ 카일러 머리

야구냐 풋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해 미국 야구팬들은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에게 열광했다. 올해 미국 스포츠팬들은 연초부터 오타니보다 더 빼어난 재능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신인 드래프트 동시 1라운드 지명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국계 스포츠 천재’ 카일러 머리(22)가 주인공이다.

머리는 오클라호마대에서 야구 선수와 풋볼 선수로 모두 뛰었다. 야구팀에서는 주로 중견수로 뛰면서 지난해 대학리그 51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10홈런에 10도루를 기록했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머리가 MLB 팀당 경기수인 162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하면 31홈런-31도루를 기록한 셈이다. 풋볼팀에서는 2017년 대학풋볼 최고 쿼터백이던 베이커 메이필드(현 클리블랜드)의 뒤를 받치는 백업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MLB에서 먼저 머리의 가치를 높게 봤다. 머리는 지난해 6월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계약금 466만달러를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머리는 풋볼을 포기하고 야구를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대학에서 야구·풋볼을 겸하다 야구를 택해 성공한 선수로는 명예의전당 헌액자 데이브 윈필드, 콜로라도의 프랜차이즈 스타 토드 헬튼 등이 있었다.

오클라호마대서 야구·풋볼 병행
작년 MLB 오클랜드 1R 지명 후
전미 대학 최고 쿼터백으로 우뚝
‘하이즈먼 트로피’ 등 상 휩쓸어
NFL 드래프트도 1R 지명 유력

오클랜드 계약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머리가 풋볼에서 주전 쿼터백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머리는 오클라호마대를 정규시즌 12승1패로 이끌면서 대학리그 4강에 진출시켰다. NFL에서도 머리를 주목했다. 패스 성공률 69.0%로 42번의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전진패스를 받은 선수들이 뛴 거리가 4361야드, 본인이 직접 뛴 거리가 1001야드로, 패스를 잘 찔러넣을 뿐 아니라 직접 달려 공격하는 데도 능했다.

머리는 지난해 12월 전미 대학풋볼 최고 선수가 받는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로 선정됐다. AP통신 선정 ‘올해의 스포츠맨’상을 받았고 전미 대학풋볼 최고 쿼터백에게 주는 ‘데이비 오브라이언상’까지 휩쓸며 주가가 치솟았다.

야구냐 풋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m80의 키에 90㎏이 채 안되는 작은 체구가 흠이지만 머리는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 야구·풋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머리의 고민이 시작됐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0일 “머리가 NFL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할 것이다. 야구보다 풋볼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머리가 4월 NFL 드래프트에 나설 경우 오클랜드와의 계약금 466만달러는 사라지지만 NFL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면 2배 정도인 900만달러 이상의 계약금이 유력하다.

야구·풋볼 동시 1라운드 지명이 되더라도 머리의 ‘이도류’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보 잭슨, 디온 샌더스 등 MLB와 NFL을 겸업한 선수도 있었다. 머리의 포지션은 잭슨(러닝백), 샌더스(코너백)와 달리 팀의 모든 전술을 기억하고 경기를 조율해야 하는 쿼터백이라, 풋볼팀에서 머리에게 야구 선수로 뛸 시간을 주기가 어렵다.

머리가 한국 팬들에게 생소한 풋볼 무대에서만 활약하더라도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머리는 한국인 외할머니를 둔 ‘쿼터 코리안’으로, 어머니·외할머니와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