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받았다. 제1야당 현직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조사에 앞서 “사법 쿠데타, 답정기소(답은 기소로 정해짐)”라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도착해 약 12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이 대표와 함께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고, 이 대표는 일정을 조율해 이날 출석했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읽으며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이유는 헌정사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사를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논두렁 시계 등의 모략으로 고통당했다”며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 리스크였나.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기소’다”라며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나가고 있다.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검찰 수사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며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기업들이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줬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2015~2017년 성남FC 구단주로 두산건설과 네이버, 차병원 등 성남에 있는 기업 6곳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원을 받고 두산건설의 성남시 정자동 병원부지 용도변경을 비롯한 행정적인 요구사항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기업들이 시민구단인 성남FC에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였으며, 광고비는 구단 운영비로 쓰였을 뿐 자신이 성남시장 시절 사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행정 편의를 대가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한 적도, 성남FC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도 검찰에 주장했다.
이날 성남지청 정문 앞에서는 이 대표 지지단체인 민주시민촛불연대와 지지자 500여명(경찰 추산)이 집회를 열고 “내가 지킨다! 이재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건너편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경찰 추산)이 맞불 집회를 열고 “이재명 체포하라”고 외쳤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찰 수사를 “명백한 야당 탄압이며 없는 죄를 만드는 사법 농단”으로 규정하며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수사를 해도 정권의 무능을 가릴 수는 없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윤석열 검찰의 표적수사, 조작수사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성남지청 앞 현장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건희 수사는 왜 안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소환조사가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 우기는 이 대표의 뻔뻔한 강변에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라고 밝혔다. 또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민주당 지도부가 함께 한데 대해 “비리 공무원과 조직폭력배가 결탁한 흡사 ‘범죄와의 전쟁’ 영화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며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이며, 오늘 검찰 출석은 시작에 불과한 과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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