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인도네시아 ‘음식 한류’ 현장

헤자브를 둘러쓴 젊은 여성들이 김밥을 손에 들고 활짝 웃었다. 이들에게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냐고 묻자 서툰 발음으로 “떡볶이, 김밥, 비빔밥”을 외쳤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코사 카사블랑카몰의 ‘K-푸드 페어 2015 :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행사장.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한국 업체가 만든 떡볶이, 치킨, 음료수 등을 맛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행사장 한가운데에서는 길이 42m에 이르는 대형 김밥 말기 행사도 열려 분위기를 달궜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최·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관으로 지난 16~18일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19개 한국 식품 업체가 참여해 현지 37개 업체와 48명의 바이어, 그리고 행사장을 찾은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렸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물리아 호텔에서 지난 16일 열린 ‘2015 K-푸드 페어’에 참가한 현지인들이 전시장에 진열된 한국산 ‘할랄 라면’들을 살펴보고 있다. 자카르타 |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류(韓流) 열풍이 불어 한국 음식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일본이나 태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류가 늦게 일었지만 대중음악,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들이 방송 전파를 타며 한국 음식도 자연스레 홍보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아케(28)는 “한국 TV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에 나오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주로 젊은층이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하기 때문인지 떡볶이, 김밥 등 분식이 인기가 많았다. 시내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컵라면, 즉석 떡볶이 등 한국 업체들의 제품이 여럿 진열돼 있었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직장인 라트나(23)는 “한국 드라마에서 본 삼계탕이 어떤 음식인지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사한 음식문화도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를 높인다. 한국 음식이 외국인들이 먹기엔 맵고 짠 편이지만, 인도네시아에도 맵고 짠 음식이 많아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한국 농식품은 건강에 좋은 ‘프리미엄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업자인 와르시토(37)는 “한국 농산물은 중국산에 비해 싱싱하고 더 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푸드 페어’ 행사에서는 현지인들과 함께 42m에 이르는 대형 김밥 말기 행사도 열렸다. 자카르타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서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할랄 인증’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식품을 가공·처리했음을 인증하는 ‘할랄’ 제도를 최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할랄 인증을 받지 않거나 해외에서 인증을 받은 식품도 수입·유통이 가능하지만 2019년부터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할랄 인증을 직접 받은 식품만 수입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현재 한국 제품들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MKF) 등을 통해 할랄 인증을 받은 뒤 수출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향후 자국 정부의 인증 외에는 할랄 인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취임한 조코 위도도 정부가 국내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높아진 비관세 장벽이 국내 식품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출이 늘어나려면 아무래도 정부가 많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현지 바이어들은 분위기상 할랄 인증 조건이 공표한 것보다 완화될 수 있다면서 “할랄 인증 여부보다 홍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