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도리(귀뚜라미의 옛말) 져 귓도리 에엿부다 져 귓도리 / 어인 귓도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 소릐 쟈른 소릐 절절(節節)이 슬픈 소릐 제 혼자 우러 녜어 사창(紗窓) 여왼 잠을 살드리도 깨오는고야 /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 리는 저뿐인가 하노라.” (시조 ‘귓도리 져 귓도리’, 작자 미상)
이처럼 귀뚜라미는 예로부터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인 동시에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였다. 고려시대에는 궁녀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귀뚜라미를 길렀으며, 이것이 대중에도 유행처럼 퍼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귀뚜라미의 정서 안정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었다.
농촌진흥청은 노인들이 왕귀뚜라미를 기르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8일 밝혔다. 개·고양이가 아닌 곤충을 기르면서 얻는 심리 치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농진청·경북대병원 연구진은 65세 이상 노인 9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체험군)에만 농진청이 개발한 ‘왕귀뚜라미 돌보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2개월 동안 물주기, 먹이주기, 알자리 놓아주기 등을 통해 사람과 곤충의 친밀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2개월 뒤 정신심리 검사 결과 체험군의 우울증 지수는 비체험군보다 크게 낮아졌고, 인지 기능 지수와 정신적 삶의 질 지수는 높아졌다. 체험군이 ‘집중에 관여하는 뇌 부분 활성도’와 ‘임무의 정확도’가 증가했다. 실험 결과는 세계적인 노인병학회지인 ‘제론톨로지(Gerontology)’에 지난달 게재됐다. 농진청은 “다양한 곤충을 여러 연령층에 적용해 곤충의 심리 치유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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