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에게 오는 11일 예정된 주민투표를 연기하라고 요청했다. 

푸틴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이자 스위스 대통령인 디디에 부르크할터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만난 이후 “대화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틴은 또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훈련 중이던 러시아군이 국경을 떠나 본진으로 복귀했다고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게는 “우크라이나 동부-남부에서의 군사적 대응을 멈추라”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선 친러 무장세력들의 활동이 빈발했다.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던 크림반도는 지난 3월 러시아에 귀속됐고, 도네츠크주 등 동부지역에서도 분리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친러 무장세력이 동부 지역의 정부 건물을 점거하자, 군사적 대응 없이 크림반도를 내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4일부터 동부지역에 대테러 작전을 펼쳤다.

디디에 부르크할터 OSCE 의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_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과 유럽연합의 외교 수장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4자 회담을 벌였다. 회담 후 폭력 사태가 진정되는 듯 했지만, 친러 무장세력이 분리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 강행 의지를 보이자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2일 대테러작전을 재개했다. 


지난 2일 남부 오데사에서는 친러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4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5일에는 동부 슬라뱐스크 외곽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친러 무장세력의 교전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배후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그간의 불법 군사개입을 부인했고, 우크라이나에 사는 러시아인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국경 지역에서 벌이는 러시아군의 군사훈련은 우크라이나에 언제든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 와중에 푸틴이 OSCE 의장과의 회담 직후 그간의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