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역사 속 피난처 역할 ‘역전’
쿠데타 이후 태국 지식인·정치인들이 동남아시아의 안전지대이던 조국을 줄지어 떠나고 있다고 6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친탁신계 시위대 전 지도자 짜끄라뽑 뻰까이는 쿠데타 전후 몇 주 동안 수십명의 교수, 활동가, 정치인들이 태국을 떠나 캄보디아 등 해외로 향했다고 신문에 말했다. 당사자들이 위치 노출을 꺼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 친탁신계 정부 대변인·총리실장을 지냈던 짜끄라뽑은 2009년부터 왕실모독 혐의로 캄보디아에서 망명 중이다.
캄보디아에서 망명 태국 지식인들과 접촉해 온 그는 최근 태국 해외 망명 정부 구성을 제안해 다시 왕실모독 혐의로 군부의 소환명령을 받았다.
태국은 영국·프랑스가 동남아를 지배하던 19세기에도 독립국으로 남아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덕분에 1970년대 후반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을 피해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찾기도 했다. 하지만 태국의 정치 위기가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역전돼 태국 지식인들이 더 권위주의적인 캄보디아로 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22일 쿠데타 이후 군부는 지금까지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포함해 350여명을 소환했다. 풀려난 이들은 “정치 활동을 지원하면 법적 처벌과 금융 거래 정지 처분을 받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군부는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군사 재판에 회부할 것이며, 왕실모독 혐의를 적용하면 최대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한다.
해외에 있는 태국 지식인·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 등으로 자기 의견을 드러내고 있지만 쿠데타 지지세력은 온라인에서 이들에게 마녀사냥식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빠빈 차차발뽕뿐 일본 교토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해외에 있는 지식인들이 태국에 돌아가길 두려워하고 있다”며 “군부가 비판세력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대신 지식인들이 두려움을 느끼도록 교묘한 전략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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