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SNS선 영화서 따온 ‘세 손가락’ 독재 반대 인사 유행
지난 4일 태국 방콕의 승전기념탑. 친탁신·반탁신 시위와 반군부 시위의 거점이던 이곳에 ‘행복’이란 단어가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근처 무대에서는 젊은 남성 군인들이 헬멧과 식판을 두들기며 ‘난타’ 공연을 벌였다. 군복과 닮은 얼룩무늬 의상을 입은 여성 무용수들도 등장했다. 행인들은 무료 음식과 음료를 받았고, 한쪽에서는 무료 건강검진이 진행됐다. 시위대를 진압하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벌인 문화행사 ‘국민에게 행복 돌려주기’ 풍경이다.
지난달 22일 쿠데타 이후 군부는 민심을 잡고 쿠데타 반대 여론을 진화하려 애쓰고 있다. 쿠데타 이후 군부는 첫 정책으로 농민들이 받지 못한 쌀 수매대금을 지급했다.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정부가 재정적자로 주지 못한 대금을 줘 농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함이었다. 문화행사에 사용된 ‘행복’이란 단어는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찬 오차 육군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한 “쿠데타로 불행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됐다”는 말에서 따왔다. 군부는 매주 군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방영하고 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군인들의 사진을 찍던 시민 파리다 리(40)는 “군부가 없었으면 싸움도 사망도 계속 이어졌을 것”이라며 “군부 덕에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공연과 선전 활동이 뒤섞인 기괴한 행사였다”고 평했다. 한국 신군부가 쿠데타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1981년에 한 ‘국풍 81’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방콕 시민들의 쿠데타 비판 움직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지고 있다.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 독재국가에 대한 반대를 뜻하는 ‘세 손가락 인사’가 유행이다.
태국 군부를 독재자 ‘빅 브러더’에 빗대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는 사람들도 있다. 군부는 “5인 이상이 모여 이 같은 행동을 벌인다면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3일에는 쿠데타 규탄 전단을 배포하던 시민을 체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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